원주시 어린이들은 유기농 쌀 급식한다
원주시 어린이들은 유기농 쌀 급식한다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의 ‘해울미’, 초등학교 급식으로 공급
…공공식당·자체공장 운영 등 로컬푸드시스템 구축이 목표
‘해울미’는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쌀의 이름으로, 이 지역의 초등학생을 위한 급식용으로 공급된다.
정부미보다 두 배 가량 더 비싼 해울미가 초등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이유는 지방자치단체의 학교급식 조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주시 학교급식 조례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정부미와 유기농 쌀의 차액 부분을 시 예산의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물론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친환경 쌀의 생산이 저절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엔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이하 ‘원주협동조합(협)’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원주협동조합(협)의 전신은 1989년 4월3일 농민 조합원 중심의 호저생협이다. 이후 관련법의 제정에 따라 이 단체는 2000년 3월25일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하는 생활협동조합으로 재탄생했다.
2005년말 현재 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 조합원 285가구 등과 원주 일원의 소비자조합원 690여 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친환경 기술의 보급,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과 함께 마이크로크레딧, 교육·육아 협동조합 구성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요즘은 원주시내 학교 등 공공부문의 급식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친환경 반찬을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 단체가 공공부문의 급식사업에 전면적으로 진출하려는 이유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음은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상임이사인 김홍일 신부가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의 조세훈 사무처장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지자체 보조로 양질의 유기농 쌀 급식
김홍일: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의 특징을 요약하면 무엇일까요?
조세훈: 첫째 친환경농업 실천농가의 규모화, 둘째 구성원간의 약정 생산체계에 의한 생산과 소비의 안전성 확보, 셋째 친환경 농산물 인증체계의 생산관리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또 지역농업론의 관점에서 생산과 소비의 지역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김홍일: 환경 유기농 쌀을 학교급식으로 공급하게 된 계기는?
조세훈: 사회적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원주시는 2005년 주민발의로 학교급식조례를 만들었고 2006년엔 예상이 편성됐는데, 구체적인 예산집행내역이 조례의 취지와 맞지 않았죠. 우리 생협은 작년 하반기쯤에 본격적인 준비를 했고, 유기농 쌀 공급으로 학교급식을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김홍일: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급식하면 값이 비싸지 않을까요?
조세훈: 재정 보조가 있기 때문에 일선 학교의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지자체가 정부미와 친환경 유기농 쌀 구입을 모두 지원하는데, 20kg당 가격이 해울미는 5만9000원이고 정부미는 2만3000원입니다. 원주시는 자체 예산으로 차액부분을 일선 학교에 지원하죠. 또 해마다 정부미 지원가격이 상승하니까 친환경 농산물과의 비용 차이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홍일: 지자체 반응은?
조세훈: 급식 담당부서가 시의 주민생활지원과이지만 예산집행은 교육청이 합니다. 체제가 이원화 되어서 그런지 업무협조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두 기관에 급식에 관련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원주협동조합(협)은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만들었는데, 이 센터는 지역의 친환경 농업확대와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시의 지원을 늘려달라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육홍보팀·조리연구팀도 구성
김홍일: 학교급식 지원에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세훈: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의 목표는 단순한 학교급식 지원이 아니라 로컬푸드(Local Food)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해울미를 공급하고 있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교육홍보팀, 조리연구팀을 구성했습니다.
교육홍보의 내용은 학교급식에 관한 식품안전성 교육과 농업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고, 학교급식지원조례에서 규정한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 데이터(학교급식실태)가 확충되어야 지역순환형 식량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김홍일: 해울미 공급농가는 따로 구성했는지?
조세훈: 해울미는 우리 협의회에서 친환경 공동 브랜드로 만든 겁니다. 원주생협, 남한강상조생협, 원주한살림이 모인 지역브랜드죠. 원주 지역에서 소비되는 브랜드는 해울미로 통일했습니다.
김홍일: 원주협동조합(협)이 만든 친환경급식센터에서 조리연구팀은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나요?
조세훈: 지금은 친환경 식자재를 통한 반찬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 계획으로 공공식당을 만들고자 합니다. 친환경 농산물 급식사업을 연구하면서 공공식당을 운영하면 결식아동지원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환경급식센터에는 가공팀도 있는데, 인근의 농촌지역에서 콩나물 공장을 운영하는 등 지금은 시범생산단계에 와 있습니다. 로컬푸드 체계가 구축되려면 지역 내의 생산지에 농민가공 형태의 소규모 공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콩나물 공장 운영으로 공공급식 재료 확보
김홍일: 콩나물 공장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죠?
조세훈: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공장은 1곳인데 지난 3월부터 16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지역에서 나는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해 공공급식 재료로 활용하려 합니다. 새롭게 공장을 만든 것은 아니고,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으로 시작된 기존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김홍일: 로컬푸드 운동의 장기적인 전망이 있습니까?
조세훈: 일단 ‘친환경 농업인 연합회’를 만들려 하고 있는데, 몇 차례 기초모임을 했고 연내에는 구성될 것 같습니다.
김홍일: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조세훈: 친환경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전체 생산자는 현재 300가구 전후입니다. 친환경 농업인 연합회가 만들어지면, 생산은 연합회 측이 맡고 유통은 친환경급식지원센터가 역할 분담할 계획입니다. 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사회적 기업으로 만들 생각이고요.
김홍일: 지금 일하시는 것 중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조세훈: 로컬푸드 체계를 만들려면 민·관협력이 잘 이뤄져야 하는 데 지자체의 정책추진 의지가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우리가 계속 사업제안을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끝>
2008년 11월24일(월)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사회적 투자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 개발과 사회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합니다. 민간단체로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지원사업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사업 ▲사회자본 인프라 형성을 위한 휴먼뱅크 구축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ksif.kr/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