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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책이랑 놀기

신영복 선생님과 함께 걷는 동양고전의 오솔길

이로운몰은 매주 2회 메일을 보냅니다.
월요일에 보내는 메일은 md추천상품 및 회원들의 상품평이 좋은 것을 골라 이미지로 디자인해서 보내는 것이라 비교적 간단합니다만,
수요일에 보내는 메일은 인삿말에 기획전 소개, 이로운블로그 포스팅 소개, 이주의 한 문장까지 코너도 다양하고(혼자 생각인가요 -_-;;) 원고도 많아서 원고 쓰기도, 편집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편집은 토닥토닥이 직접 하거든요)

요 한두 달 수요일 메일 원고를 쓰고 있는데요,
어쨌거나 제일 많이 고민하는 건 인삿말입니다.
얼굴을 잘 모르는 이로운몰 회원들께 어떤 인삿말이 좋을지 꽤 오래 고민합니다.(고민하는데 비해선 결과는 신통치 않아서 늘 마지막에 휘갈기곤 합니다만)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건 이 주의 한 문장입니다.
저는 책에서 인용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문제는 인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죠.
인용을 하기 위해선, 출판사와 저자의 허락을 얻어야 합니다. 간단할 것같지만 간단하지 않습니다. 해당 출판사에 전화해 저작권담당자를 찾고, 이메일 혹은 전화연락처를 얻고, 공문을 보내고(언제 / 어떻게 / 어떤 식으로 사용될 것인지) 허락을 기다립니다.
(이로운몰은 법을 잘 지킵니다.^^)  

출판사도 저자도 모두 바쁜 분이시라 대답이 금방 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연락이 되었다 해도 추가로 정보를 요청하거나 하면(이로운몰 소개 등) 참 숨이 가쁩니다.

솔직히 그 과정이 꽤 귀찮기도 해서 때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저작권이 없는 책에서 찾을까, 혹은 남들도 다 아는 오랜 속담이나 명언을 쓸까.... 할 때도 있습니다만, 역시 그래도 이 주의 한 문장은.. 제 마음에 닿는 걸로 고르고 싶어 다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바로 오늘, 이로운몰 메일에 소개된 이 주의 한 문장은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에서 뽑았습니다.
안다는 것은, 결국 사랑하는 것이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정도로 저는 이해한 이 문장 전체를 말씀드릴 수 없는 건, 이로운메일에 1회 사용하는 걸로만 허락받았기 때문입니다. :)  
(요즘 제 고민이기도 합니다.)

신영복 선생님께 이 문구 소개 허락을 받기 위해 메일을 보냈습니다.
물론 출판사의 허락은 얻은 상태였습니다.
11월 5일에 보낸 메일에 대해
11월 6일에 답신을 보내주시면서,
신영복 선생님의 첫마디는 "메일 확인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거였어요.
딱 하루였는데도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제가 책으로만 뵈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라며 소개하도록 하시라는 간단한 메일이었습니다만,
그 어떤 문장보다 품위있고 단정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인격을 담은 문장이었다고나 할까요.

참 기뻤습니다.

살면서 멀리서만 보던 분들, 막연하거나 혹은 구체적인 호감을 갖고 있던 분들을 실제로 뵐 기회가 늘어납니다만,
실제로 뵈었을 때 늘 좋았던 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가을이 깊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처음 읽은 건 2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다시 <강의>를 읽습니다.
드문드문 읽습니다. 집에만 두고 고요히 읽습니다.
참 좋습니다.

누군가 다른 분들도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읽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