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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지구인/세상엔 이런 일이

히스파니올라, 생도미니크...아이티 옛이름에 얽힌 슬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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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무너진 가옥 사진제공 : 기아대책,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1월 12일
아이티 대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얼른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식량이 부족해 사람들이 진흙에 버터 따위를 섞어 '진흙쿠키'를 구워먹는 나라라는 것을,
지난해 이로운몰이 사회적벤처 '레인보우브릿지'와 함께 식량 보내기 캠페인을 했던 나라라는 것을요.

그 가난한 나라에 대지진이라니.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왔습니다.
물과 식량, 구호품, 구조대, 의료진...
그런데 그걸 빠르고 효과적으로 나눠줄 사회 시스템이 없댑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기 위해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이티 사람들의 모습이 TV 화면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도대체 어떤 나라이기에 이런가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서양에 의해 기록된 역사에 등장한 이후에도 벌써 이름이 세번째 바뀌었더군요.

1492년,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는 '히스파니올라(스페인의 섬)'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착각 때문이었죠.
콜럼버스는 아이티가 '인도'인 줄 알고 상륙했거든요.
강제노동에 원주민들은 다 죽어버리자, 스페인 사람들은 아프리카흑인들을 이 땅에 끌고와 노예로 부렸습니다.

1697년,
프랑스는 이 땅에 '생도미니크'란 이름을 붙이고 프랑스령을 선언합니다.
프랑스해적이 이 땅에 재배농장을 만들고(1626년~), 프랑스서인도회사가 진출해 세력을 확장한 것(1644년~)이 '프랑스령' 선포의 빌미가 됐죠.
프랑스 사람들은 50여만명의 흑인노예를 부려 목화, 사탕수수, 커피를 재배해 큰 부를 축적합니다.

200여년 동안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름으로 불렸던 아이티는
1804년,
드디어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붙입니다.

1791년 8월 투생 루베르튀르 등 흑인 지도자들이 봉기해 독립을 선언하고 '흑인공화국 아이티'를 선포한 것이지요.
라틴아메리카 나라 중에선 최초의 독립국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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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천막촌에서 식수를 구하러 내려오는 아이 ⓒ기아대책




불행의 씨앗은 안에서 싹텄습니다.
독립을 이끌어낸 뛰어난 지도자들이 사라진 1840년대부터 아이티에선 내분이 시작되었습니다.

내분은 미국에 '점령'의 명분을 주었습니다.
미국은 1915년 아이티에 '보호령'을 선포하고 1934년까지 군사점령을 유지했습니다.  

1957년부터 1986년까지 뒤발리에 부자(父子)의 독재를 겪은 나라
상위1%가 전체 부(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
지난 200여년 동안 30~40번의 쿠데타가 일어났던 나라
1990년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뽑힌 대통령(장 아리스티드)이 국내외 기득권의 힘으로 축출된 나라

아이티 사람들이 진흙쿠키를 먹게 되기까지, 대지진 발생 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기까지
자연의 변동보다 무서운 인간의 역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티 사람들의 현재, 미래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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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KHJ태니커 와 언론 보도들을 참고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