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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엄마 된장의 비밀

엄마는 늘 '먹는 것'이 걱정인 사람입니다. 엄마가 눈먼아이에게 제일 많이 말씀하시는 건 주로 먹는 것과 관련된 거랍니다. 밥 먹었냐, 요즘 뭐 먹고 다니냐, 요즘 반찬 뭐해먹냐, 밖에서 사먹는 거 아무 영양가도 없고....아침은 꼭 먹어야 건강에 좋다, 과일 많이 먹어야 된다, 채소 많이 먹어야 된다, 유행하는 건강식이 있으면 그것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현미가 좋다더라, 토마토가 최고라더라, 검은콩을 먹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더라....

엄마는 자신의 요리에 대해 냉정한 자세를 유지합니다. 사실 엄마는 음식솜씨가 꽤 좋거든요. 동네에 잔치라도 있으면 모두 엄마를 불러 식혜를 좀 해달라고 하고, 제사 때마다 엄마의 제사 음식 맛보고 싶어 난리입니다. 엄마 집에 가면 당연히 밑반찬도 많고 솔직히 지금까지 엄마 김치보다 맛있는 김치는 없었어요.(이건 제 친구들도 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늘 할 줄 아는 게 없다, 만날 하는 반찬 뿐이지... 라고 하세요. 아마 특별한 음식을 못해서 그런 걸까요.

그런 엄마가 늘 항상 언제나 당당하게 자랑하는 게 있다면 바로 된장입니다.
이런 식이죠.

"우리 된장 맛있다. 된장이 달다 달아. 너도 된장 끓여먹어라. 된장이 얼마나 몸에 좋은데... 우리 된장은 금 주고도 못 바꾼다. 진짜 맛있다."
예, 엄마 된장 참 맛있습니다. 그런데 금 주고도 못 바꾸는 건 완전 오버잖아요. 뭐 그 정도로 엄마가 당신의 된장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거죠.

엄마는 사서 먹는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고 그러니 거의 모든 음식을 당신 손으로 하는 까칠한 주부라서 된장도 당연히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줄 알았거든요. 어릴 적 기억으로 베란다에 주렁주렁 달린 메주덩이를 보기도 했고...

그런데 말이죠! 엄마가 메주를 사서 된장만 담근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긴 이상했어요. 메주를 띄울 땐 온 집안에 콤콤한 냄새가 나곤 했는데.. 그거 안 난지 오래 됐단 말이죠.

엄마는 시골에서 콩 한 말 분량의 메주를 사서 된장을 담그다가 요즘은 메주까지 만들지 않고 콩을 삶아 바로 띄운 걸로 된장을 담근대요.(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ㅋ)

바리의꿈에서 연해주 자연콩으로 메주를 예약주문받고 있는데 제가 담당이라 엄마에게 엄마, 메주로 된장은 어떻게 담가? 묻다가 알게 된 거랍니다.

엄마 왈, 무릇 된장은 콩, 콩으로 만든 메주가 맛을 좌우한다나요. 그래서 당신이 메주 띄우는 것보다 그 사람이 띄운 메주가  더 맛있다고 그 이유도 당당히 밝히셨습니다.(누가 뭐랬나요. 저는 엄마가 편한 게 좋아요) 

울 엄마 왈
"너네 몰에선 메주도 파나?"
"그럼. 안 파는 게 없어."    
했더니
얼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반말에 42,000원, 한말에 80,000원이야 했더니 아이쿠, 나도 그거 살 걸 그랬다. 가격도 괜찮네.라고
아주 호의적인 반응이.
엄마처럼 깐깐한 소비자, 심지어 무조건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 액자에 걸어두고 싶었어요. ㅋ

한껏 고무된 저는
그 메주로 만든 된장, 완전 맛있대. 체험단 후기가 장난이 아냐.  
완전 깨끗한 자연콩으로 옛날 메주 띄우던 방식 그대로 해서 완전 구수하고 맛이 깊대,
하면서 잘난 척을 했습니다만

엄마는 웬일이지 가만히 들어주시더군요.
아마 오랜 단골의 메주값과 비교하시는 걸까요.

"내년에는 나도 그 메주로 장 담가야겠다"고 하시기까지. 완전 대박.

하하.
얘기가 길었습니다.
장맛이 좋으려면 우선 콩이 좋아야하고 메주가 좋아야 한답니다.

좋은 메주 예약 주문받습니다.
4인 가족이 1년 먹을 된장과 간장이 나오는 메주 반 말은 여길 클릭하시면 되고요.
좀 더 넉넉하게 담고 싶으시거나 나눠먹을 식구가 많다면 메주 한 말을 주문하세요.

된장, 간장 모두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께 얻어드셨어요?
그럼 올해는 메주를 보내드리세요. 수고도 덜어드리고 며느리/딸의 체면도 살리시고요.

과감하게 직접 장담그기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듯해요.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맛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어쨌거나 콩도 좋고 그 콩으로 만든 메주, 솜씨도 믿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