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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지구인

수능 그리고, "괜찮아, 잘 될거야~"

버스마다 나붙은 수능고사장 안내문을 보고서야, 시즌이란 걸 눈치챘다. 
2년 전의 수능일에 긁적인 이야기지만, 지금도 유효한 이야기.
나는 여전히 자의든, 타의든,
수능을 보지 못(않)은 소수의 아해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꼴랑 한마디 뿐이지만,
나는 정녕 그네들의 건투를 빈다. 부디, 이 사회와 분리되질 않길.
그네들을 소외시키는 사회가 되질 않길.

무엇보다 오늘(11월13일)은,
전태일 열사의 38주기이니까.
조병준 선생님을 만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니까.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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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태풍처럼 몰아친 하루.
뉴스는 온통 수능이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 
소심한 탓에,
수능이 끝나고서야 걍 긁적거려보긴 한다만...

수능철, 입시철.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이게 진짜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도로 호들갑을 떨어대야 하는지,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니 불만이다.

'삼당사락'이랍시고 잠도 제대로 못자거나 이젠 아예 초등시절부터 십수년을 혹사당하고 있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수험생 두고 그저 TV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극 정성 다하는 부모나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서도 수험일이면 비행기소리마저 조심스러워해야 하는 어른들. 진짜 딱한 처지다. 수험날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그저 일년에 한번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일 일이지만, 글쎄 그 하루. 도대체 그 하루의 의미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학생에게나 학부모에게나,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에게나. 다른 누구보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이 잘못됐다. 그렇게 수능가지고 호들갑 떨지 않는, 그것 아니더라도 삶이 충분히 지속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 하루에 그렇게 매달릴 것이 아니었다. 이 사회를 제대로 바꾸지 못한 죄의식을 느껴야 한다. 왜 자신이 그렇게 고통받았으면서도 왜 되물림 하려 하는가.

사실 진짜 '수학능력'시험도 아니잖아. 수능에 떨어진다고 수학능력이 안된다거나 붙는다고 수학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잖아. 학점 기계, 취업 기계처럼 혹사당한 채 다시 고4로 내몰릴 아이들 대부분 이잖아. '수능'은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타이틀일 뿐이잖아.

나를 포함한 어른들, 참 아이들 많이 놀려 먹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 '대학 안 가도 잘 살 수 있어' '대학만 가면 자유' 라는 거짓부렁을 던져놓고선, 단 하루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도록 만드는 이율배반. 이 슬프고 처연한 나라.

에이, 따지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내가 오늘 아프고 미안한 건, 오로지 수능에만 매달린 이 사회로 인해 상처 받았을 어떤 아이들. '소수'라는 이름으로 묻힌 아이들. 물론 수시란 이름으로 대학문을 이미 노크한 아이들은 예외.

또래의 아이들이 수능에 매달리고 온 세상이 그 날 하루를 위해 배려한답시고 호들갑을 떠는데, 그 테두리에서 떨어져 나간 아이들 말이다. 어떤 이유로든 수능을 치지 않았기에 소외된 아이들.

나는 그들을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미디어가 수능이 어려웠니, 쉬웠니, 출제 경향이 어쨌니 저쨌니, 답안이 어떠니 저떠니로 떠들썩한 이때. 나 역시 그러한 것과 무관하지 않게 일을 했지만, 나는 그들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아이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세상에서 나 혼자 뚝 떨어져 나간 듯한 그런 느낌.

당신은 혹시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없는가. 진짜 세상으로부터 외떨어져 나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들은 세상이 온통 수능으로 시선과 신경을 세우고 있을 즈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차별을 내재화한 사회. 수능을 보지 않으면 이미 낙오자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사회? 그래서 행여나 그들이 아주 멀리 빗나가 버리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서.."라는 둥의 말을 내뱉는 사회. 그들을 일찌감치 낙마시킨게 누군데. 그렇게 그들을 차별해 버린 어른들.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내가 그 오래 전 대입학력고사를 칠 때도 그랬다. 대입을 일찌감치 포기했던 몇몇 내 친구들은 학교로부터, 선생들로부터, 대입 치는 친구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했고, 나는 그들에게 친구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 그래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어떤 말을 해도 그것으로 어른들의 죄를 씻을 수 없겠지만, 
아무 말도 없이 넘어가기엔 너무 찝찝하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자 CF에서 나온 구절.

지금 내가 그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이 말도 어른들의 다른 거짓부렁처럼 돼 버리면 안 될텐데.. 에휴.. 사실 걱정이다. 

괜찮아 잘 될꺼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꺼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너희들에게 바치는 노래. 내가 직접 부른 건 아니지만..^^;;

이한철 '슈퍼스타'

그리고,
상대적으로 이들보다는 덜 외로웠겠지만,
수능을 치르느라 고생하고 힘들었던 아이들에게도~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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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오늘부터 수능 상술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이 판을 칠텐데,
상술이야 둘째 치고,
수능을 안(못) 치는 방법으로,
세상을 버티느라 수고한 아해들에 대한 배려는,
 왜 아무도 하지 않을까.
모두들 그렇게 한쪽에만 매달린 사이,
다른 한쪽은 그렇게 멍이 든다.

수험표가 있어야만 할인되고, 혜택받는 세상,
뭐 세상은 그렇게 불공평한거라고 얘기한다면 별 할말은 없다만,
수험표 없이도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세상아, 부디 그들을 내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