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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벌기/쿨하게 돈 버는 사람들

당신의 소비스타일을 바꾼다, ‘착한 소비’

# 서울 봉래동(남대문) 부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고운(31. 가명)씨. 아침 출근길과 점심식사 후 항상 커피를 마신다. 인근에는 세계적 기업인 스타벅스나 하겐다즈 매장이 있지만, 그가 가는 곳은 정해져 있다. YMCA에서 운영하는 ‘Cafe 티모르’. 동티모르산 커피를 제공하는 이 카페는 이른바 ‘착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김씨는 아라비카종인 동티모르 커피의 좋은 향미와 인근 매장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에 끌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김씨는 이 커피를 통해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Cafe 티모르를 찾는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에는 커피향미와 가격 이상의 것이 있었다. 거기에는 은근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커피한잔을 마실 때마다 아마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다른 세계의 생산자와 자신이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그들의 생활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가난한 커피 생산자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함으로써 ‘착한 소비’를 하고 있는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다.


착한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뜻한다. 공정무역은 쉽게 말해 생산자(노동자)들이 지속가능한 생산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보장해주는 무역방식이다. 또 생산자 공동체의 교육·의료 등 사회적 안전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초과이익을 보장한다. 아울러 자진해서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불법적인 노동착취를 막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공정무역체계가 기존방식(자유무역체계)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 니카라과에서 커피 재배를 하는 농민인 블랑카 로사 몰리나의 답변은 이를 대변한다. “우리 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요.”(≪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마일즈 리트비노프, 존 메딜레이 지음/모티브북 펴냄)


그것은 곧 이 세계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된 활동이다. 그렇다고 공정무역은 자선이나 원조가 아니다. 어엿한 사업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가난한 나라 생산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자립을 도울 수 있다는 또 하나의 프리미엄이 붙을 뿐이다. 단순 상품 소비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정무역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공정무역을 통한 제품을 사는 것을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혹은 ‘착한 소비’라고 부른다. 이와 함께 최근의 먹거리 불안과도 맞물려 공정무역 제품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 가운데 유기농 식품도 심심찮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웅지를 트는 공정무역


지난 5월10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이었다. IFAT(국제공정무역연맹)은 공정무역의 취지의 알리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매년 5월 둘째주 토요일을 세계 공정무역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1950년대부터 유럽에서 시작됐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여개국, 3,000여개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당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공정무역합시다!”라는 표어 아래 행사가 있었다. 한국YMCA전국연맹 등 다양한 단체와 커뮤니티가 행사에 참여했으며 많은 시민들이 공정무역의 날 행사에 동참했다. 커피를 비롯해 옷, 설탕, 초콜릿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들이 선보였다. 당일 행사장에서 커피트럭을 통해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 카페 Timor는 500~600잔의 커피를 판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로 관심은 뜨거웠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차츰 바뀌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점수를 주고 이들 제품의 구입에 나서고 있는 것. 윤리적 소비가 하나의 새로운 소비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기관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5개국 소비자 50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은 자동차, 식품,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 윤리경영을 준수하는 제품이라면 5~1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라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응답자의 56%는 “기업들이 윤리적 규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60%의 소비자들은 “보다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윤리적 브랜드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브랜드 전문가들도 자동차, 음식료, 소매, 의료 및 미용 등 전반에 걸쳐 윤리적 소비자운동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공정무역과 만나다


이처럼 착한 소비가 서서히 뜨자, 유통계에서도 나섰다. 가난한 나라의 생산(노동)자 보호를 위한 소비 트렌드가 슬슬 형성되고 있음을 간파하고 공정무역 제품의 판매에 나선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 가운데 처음 발을 디뎠다.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 ‘공정무역상품’ 코너를 만든 것. 현대백화점은 국제공정무역 상표인증기구(FLO)가 인증한 ‘공정무역상품’을 중심으로 커피, 씨리얼, 딸기잼, 설탕, 코코아, 씨리얼바 등 27개 상품의 판매에 나섰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매장에서 FLO인증 상품코너를 마련한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


이준권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과장은 “전 세계적으로 제3세계 노동자를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활동이 확산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취급 품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착한 소비’는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디지만 스멀스멀 파고들고 있다. 제품의 기능적 가치에만 집중하던 시기는 지났다. 현명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맞춰주고 그들의 요구에 선행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착한 소비’는 소비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게도 결국 이익을 만들어줄 수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선행조건이 되는 셈이다. 다만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정책이 부재하다. 소비자에게 자부심과 기쁨을, 생산자(노동자)에게 희망과 생존을 주는 착한 소비는 경제주체들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작성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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