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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제 손으로 밥을 해먹는다는 건

이로운몰 프리오픈을 전후로 거의 한 달 정도, 주방에 음식 냄새가 날 일이 없었다. 주말에도 그야말로 '떼우는' 밥이거나 회의니 일정이니 해서 하루 종일 밖에 있었으니 음식을 할 여력이 없었다.
그랬더니 주방은 덩그러니 가장 춥고 외로운 공간이 되었다. 맥주캔이 한 구석에 쌓이는 것이 더욱 쓸쓸했다.

이번 주말 내내 집에서 밥을 먹었다.
일 생각 않고 말간 정신으로 보낸 이틀은 꿈결같다.

그렇게 집에서 밥을 해먹으며, 제 손으로 밥을 해먹는다는 게 얼마나 귀하고 기본적인 노동인지를 생각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 손으로 밥을 해먹는다면, 세상은 훨씬 좋아질 거다.
제 손으로 밥을 먹는 동안에는 밥의 고마움도 알고, 이 세상 그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누구의 도움 없이 되지 않으며,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 지도 알게 될 테니까.

반찬이 없어도 뜨끈한 밥에 김치 한조각이 얼마나 맛있는 줄 안다면, 사람은 좀 더 소박해질 텐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노동을 '돈'으로 사는 것에만 익숙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노동에 끊임 없이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기 위해서라도
인간이 인간의 얼굴을 하고 살기 위해서라도

나이가 들수록 걍팍해지는 나를 위해서라도
내 손으로 밥을 해먹어야겠다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넣을 게 아무 것도 없고, 소스 재료도 없어서
할라피뇨에 블랙올리브를 다져넣고 그저 스파게티 면을 삶아 간장으로 간했다.
복잡하지 않은 음식, 어쩌면 매일 먹는 음식은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