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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벌기/쿨하게 돈 버는 사람들

이런 회사 어디 없소?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는! (2)

(이어서)

'사람들은 놀기위해 태어났다'는 명제를 나는 믿는다. 즉, '호모루덴스'(Homo Ludens, 유희적 인간).


좀 과장되게 표현해서 '죽을만큼 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나는 '짜증 지대로다'를 외친다. 더구나 '열심히 일하라'는 표어에 숨은 자본의 흉악한 이데올로기. 'Born to Play'인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는 회사의 기제.   

놀이와 일이 분리되지 않는 일터를 꿈꾸며 나는 한때 사업을 구상하고 직접 했다. 물론 그 동기만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왕 하게 된 거, 정말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물론 이 몽상(?)을 꽃피우기도 전에 꺾인 것이 문제였긴 하지만.^^;;

그런데 '회사는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거나 '기업의 설립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는 절대 명제. 과연 그런가. 당신은 의심한 적 없는가.

'이윤'이란 단위 뒤에 똬리를 튼 무한 성장의 욕망이 나는 무섭다. 이는 또 조직원들을 미치게 만든다. 혹은 거기에 완전 복무하게 만든다. 군대 '복무신조'보다 회사 '복무신조'가 더 야멸치고 얍삽하다. 군대야 외우게 만드는 정도지만, 회사는 이를 직원들의 DNA에 박히게끔 조작한다. 무서운 놈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은 정말 솔깃하다. 이 팍팍하고 냉정한 세상에 이런 바이러스가 널리 유포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

☞ "아, 이런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이 기사에서 인상적인 구절들은 이랬다.

여러 사람이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던가? 함께 노를 젓는 사공이 많아지면서, 우리의 속담과는 달리, 사우스 마운틴도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회사의 성장에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다. 고객은 거대한 얼음 바위가 있는 언덕 꼭대기에 경관이 좋은 집을 짓고 싶어 했다. 언덕의 자연을 훼손할 게 뻔했다. 사우스 마운틴은 고민에 빠졌다.
 
존 에이브램스 혼자였다면 현실과 타협했을 것이다. 에이브램스는 동료들과 함께 해당 부지로 올라가서 고민을 털어놓았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침묵은 금방 깨졌다. 한 동료가 "포기합시다"라고 말한 순간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그 일감을 포기한 사우스 마운틴은 회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고민에 들어갔다.
 
"이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우리는 '성장'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수동적인 작업 방식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고 이윤과 손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사우스 마운틴은 '성장'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했다. 직원들과의 오랜 토론 끝에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를 거부하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성장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성장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 자체를 위한 무한한 성장('암세포의 논리')은 거부한다. 우리는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규모를 확장하면서 우리가 지켜 온 가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 '집 사용설명서' 주는 회사가 있대요

같은 회사에 대한 한겨레의 서평(사실 서평이라기보다는 이 '좋은' 회사에 대한 취재기사 같다)도 재미있다. 특히 한겨레가 붙인 '남산건설', 이름 한번 맛깔난다.^.^

'양적 성장'을 거부하고 '달팽이 속도'를 선택한 이들. 놀이와 일의 '진정한' 결합은 어쩌면 '과도한' 욕심을 버리는 지점부터 시작할런지도 모른다. 끝없는 자기팽창과 자기증식을 꾀하는 자본에 대한 반발. 그것이 소박하더라도 말이다.

역시 인상적인 구절.

매출이 늘던 어느 날. 섬 바깥으로 진출해 더 큰 돈을 벌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결과는? 큰 돈벌이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판단하고 섬 안의 일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그들은 성장 자체를 위한 무한 성장, 즉 ‘암세포의 논리’를 거부한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성장은 ‘달팽이 속도’.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 내부에서 많은 일을 하는 방식 아래 교육을 장려하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준다.

건축주와 계약서는 달랑 3쪽. 계약은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의미있는 만남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25년간 400만달러어치의 건축 일을 하는 동안 소송이 한 차례도 없었다. 회사의 작업장과 사무실은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고 집에서처럼 티타임 중에 회사에서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가치관이 비슷하고 그에 부합하게 삶으로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일을 즐기며 마음 편하게 산다.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은이는 고백한다.


나는 "회사의 작업장과 사무실은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고 집에서처럼 티타임 중에 회사에서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는 '사우스 마운틴'의 풍경과 비슷한 한국의 한 회사를 안다.(자세히는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이곳도 건축 일을 한다.

몇차례 포럼 참석을 위해 이곳에 갔는데 여기 가는 날은 이방인인 나도 참으로 즐겁다. 그리고 부럽다. 황두진 건축사무소. 인문학과 건축의 만남. 참으로 부러운 조합이다. 사실 자꾸 커가려고만, 몸집을 불리려는 욕망이 부대끼는 그런 회사는 사실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더 솔직히는 '짱'난다.

그래서 나도 '남산건설'의 그런 구조 속에서 있고 싶다.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일을 즐기며 마음 편하게.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불편하고 억압적인 자본의 구속으로부터 탈피하기.

'켄 로치'감독 의 이야기와 일맥 상통한다.

“희망은 없다. 정치가와 경제인은 대개 남을 위해 일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한다. 고용주는 고용인의 일자리를 뺏고, 헐값으로 대체 노동력을 산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다. 유일한 희망은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소수의 탐욕에 봉사하는 경제가 아니라, 다수의 생계를 안정시키는 그런 구조 말이다.”

다시 돌아와 '남산건설'에 대한 기사의 방점.  

더불어 사원의 처지에서 이런 회사가 부럽지 않은가. 강요되는 명퇴, 비정규직이라도 “싫음 말고” 똥배짱. 월요일 출근이 부담스런 회사가 아닌, 사람이 좋고, 더불어 일하는 게 즐거운 그런 회사 없을까. 조금 벌어 조금 쓰더라도 보람있는 일을 하는 지속성있는 회사. 희망은 갖자. 적어도 이런 책을 내는 출판사는 있지 않은가.


2008/10/30 - [쿨하게벌기] - 이런 회사 어디 없소?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는! (1)

(계속...)
by 이컨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