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릴 때마다 꼴깍하고 넘어가는 침도 참을 만큼 떨리는 순간이 있다.
커피에 첫물을 내릴 때, 일명 뜸을 들일 때다.
아무리 생두가 좋아도 로스팅을 제대로 못하면 그 맛을 끌어내지 못하고, 아무리 로스팅을 잘 해도 생두가 나쁘면 아주 맛있는 커피는 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로스팅이 잘된 원두라도 드립을 제대로 못하면 아주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없고, 그 커피맛을 좌우하는 첫 걸음이자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첫물, 뜸을 들일 때다.
팔을 한껏 몸에 붙이고,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물을 내린다.
그 물을 따라 조용히, 그러나 조금씩, 너무나 봉긋하게 커피가 떠오르는 걸 볼 땐 황홀감까지 느낄 때도 있다.
사실 뜸은 커피를 내릴 때만 중요한 건 아니다.
흔히 뜸들이지 말고 얘기하라,고 뜸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뜸들이는 시간이 없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밥물도 커피도 뜸들이는 시간을 통해 깊어지고, 제대로가 되는 것처럼
생각도 일도 인생도
뜸들이고 잦아들게 하며 돌아보고 겸허하게 기다리며 잘 무르익기를 바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아니 사실은 자신을 얼마나 생채기내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더 좋은 건, 커피의 첫물처럼
내가, 나의 행동이, 나의 생각이, 나의 말이
다른 사람을 기분좋게 부드럽게 둥실 떠오르며 뜸들일 수 있게 하는 거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며,
정성스럽게 물을 붓고, 길다면 한 없이 긴 30초 동안 숨죽이며 커피를 주시하는 것처럼
딱 그만큼만,
뜸 들이는 시간을 즐기며 살면 좋겠다. / 눈먼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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