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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

우울을 이기는 두번째 방법

우울할 때 음악, 좋지요.
쓸 데 없는 하소연, 부담스런 위로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좋은 벗이지요.
침묵보다 정다운 벗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때로는 물리적 처방이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5년 전쯤이었나, 남 모르는 우울이 패닉으로 치닫던 시절...
저보다 더 우울한 표정의 제 친구가 한 '고수'로부터 전수 받은 비법을 알려줬지요.

그 고수는 소위, '시대를 만나지 못하고 박제된 인문학의 천재'였다고 합니다.
골방 같은 연구실조차 없이 떠돌던 고수에 대해 말할 때마다, 제 친구는 인문학도로서 존경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곤 했습니다. 정작 그 고수 앞에 서면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는 했지만 말입니다.

인문학으로 득도하기 전에, 일자리 없어 굶어죽거나 폴리페서들 사이에서 속 터져죽어버리곤 하는 이 땅에서, 인문학하는 사람들이 우울과 발작(전문용어로 지랄병)을 일상적으로 오가는 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어느 날 발작 끝에 제 친구가 감히 고수한테 물었습니다.

"선생님, 도대체 선생님은 이 우울을 어떻게 이겨내십니까?"
.
.
.
.
.
.
.
"멸치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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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말고도 달걀, 연어, 뱅어포, 우유 같은 음식이 우울증에 좋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칼슘 함유 식품이지요.

오늘도 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에 올리브 기름으로 달달 볶아 참깨 듬뿍 친 멸치로 세 끼니를 때웠습니다. 저를 위해 희생해주신 멸치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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