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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이로우너 이야기

이것 없이는 못 살아 - 무한삽질 완소상품

울 엄마는 음식 솜씨가 참 좋아요.
가끔 집에 가서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엄마는 음식 솜씨가 참 좋아, 라고 하면 엄마는 정색을 하고 말씀하시죠.
음식 솜씨가 좋은 게 아니라 좋은 재료로 양념 안 아끼고 맛있는 양념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야.
음.. 그렇군.
음식이 맛있으려면 재료가 중요하구나, 양념이 중요하구나.

된장, 간장(물론 메주는 어디 시골에서 사온답니다. 예전엔 메주도 직접 띄웠지만 이제 그것까진 안 하시더라고요.)은 물론 각종 장아찌도 잘 담는 엄마이고, 엄마의 된장, 간장, 장아찌는 정말 맛있지만 딱 하나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건 엄마의 고추장이에요.

엄마는 고춧가루, 찹쌀풀, 조청(소금을 넣든가 아니든가)으로 고추장을 만드세요. 어릴 때부터 그런 고추장을 본 터라.. 고추장에 메주가루가 들어간다거나...하는 글귀를 읽으면 에엑~? 어떻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이제는 엄마가 만드는 고추장 만드는 방법이 그야말로 '약식'이라는 걸 알지만요.
 
어릴 때는 몰랐는데 크면서 엄마의 고추장은 너무 달아, 깊은 맛도 없어,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마트에서 파는 고추장이라고 맛있냐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엄마의 고추장은 밥 비벼먹기엔 달지만 마트에서 파는 고추장은 차마 밥을 비비지도 못하겠던걸요.

원래 비빔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엄마의 고추장은 떡볶이를 만들 때나 쓰곤 했지요. 엄마의 고추장으로만 만들면 달달하니까 항상 매운 고춧가루를 섞었어요.

그러다가 송광매원의 매실고추장을 알게 됐어요.
보자, 맨 처음 구입한 게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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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8일이군요.
이로운몰이 정식으로 런칭하기 전이군요. 구입하긴 했지만(먹어봐야 하니까)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저는 엄마의 고추장을 대신할 꽤 많이 섭렵하고 실망한 터였거든요. 사먹는 고추장은 맛이 없어, 라고 거의 결론짓고 있었으니까요.

아, 그런데 맛있는 거예요.
아주 맵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달달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텁텁한 맛이 없어요.^^
요때 함께 구매한 송광매원 매실명가 매실회고추장도 너무 너무 맛있었고요.
'심봤다!!!!' 라는 기분. '드디어 찾았다'라는 기분.

요 고추장을 사고선 고추장 슥슥 올려 밥 비벼먹는 게 얼마나 맛있는지도 비로소 알게 됐달까요.

한 번 빠져드니... 고추장 비우는 건 일도 아니더군요.
그래서 떨어지기 전에 또 주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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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간격으로 고추장 선물세트 주문이 2건이죠? 한 건은 제가 먹는 거였고^^ 다른 한 건은 아주 친한 언니에게 선물하는 거였어요. (저는 좀 그래요. 맛있는 건 소중한 사람과 나누고 싶어요)

날이 슬슬 더워지니 고추장 쓰임새도 많아지더군요. 더운 밤 보리음료 한 잔 하는 날이 늘다보니 질좋은 멸치에 고추장을 찍어먹는 것도 늘고, 고추장이 맛있다보니 진미오징어를 고추장으로 무치기도 하면서요. 예예, 맞습니다. 가장 많이 쓴 건 역시 반찬 없을 때 고추장 비빔밥.

그런데 얼마 전, 나의 완소 고추장에 10% 할인쿠폰이 붙어있지 않았겠어요!
그 마지막날, 샀습니다. 이번엔 가감하게 2킬로그램 대용량!
혼자 사는데 무슨 그리 큰 고추장을 사냐며, 다른 이로우너들은 웃었지만^^
저야말로.. 고추장 떨어지는 것보다 나아... 하는 심정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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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든든하게 고추장 쟁여놓았습니다.

도토리를 가득 쟁여놓은 다람쥐보다 꿀을 가득 모은 꿀벌보다 더 뿌듯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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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피를 줄인다고 상자종이는 재활용하고 저 고추장 손잡이 달랑달랑 들고 지하철을 탔는데 말이죠,
사람들이 웃든지 말든지 스타일이 구겨지든지 말든지 저는 상관없었어요.
집에 가서 고추장에 참기름 똑 떨어뜨리고 밥 비벼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