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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지구인

[지난주 IN지구인]가자 촘스키 미네르바 무한도전 무지한스승

지난 주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참 생각이 많았던 한주였어요.
개인적인 일은 쩜.쩜.쩜.
'의사소통' 혹은 '뜻 나누기', '사랑과 배려' 혹은 '맘 나누기'에 대한 몇가지 깨침이 있었지요.
노엄 촘스키적 상황이었죠.  

사회적인 일로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
언론관련법 처리 유보와 언론노조의 파업 잠정 중단,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 영장 청구,
물리학 박사의 환경미화원 지원서 제출
그리고 25년 동안 공부했던 40대 고시생의 죽음.

이스라엘이 6일에는 민간인 피난처인 유엔학교, 8일에는 유엔구호차량까지 폭격했죠.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가" 묻는 사람들에게 노엄 촘스키가 던지는 1075쪽에 이르는 설명서가 재발간되었습니다.
1983년 나온 <숙명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책의 개정판입니다.

이 책에서 촘스키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정에서 2천년 간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았던 아랍인 100만명이 쫓겨나 난민이 되었고,
이스라엘이 세운 정착촌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저임금 노동력으로 착취당했다고 전합니다. (1월10일 한겨레 재인용)

제가 처음 촘스키를 만난 건 대학생 때였어요.
'변형생성문법이론'이란 머리 아픈 언어학자로만 촘스키를 알던 제가 사회에 나와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라는 촘스키의 신자유주의 비판서(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시민의식 없는 소비자를 양산하는가)를 읽었을 때 느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난해 로버트 라이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슈퍼자본주의'가 어떻게 한 개인이 가진 시민으로서의 자아정체성을 분열시키고 이익 극대화만을 중시하는 소비자&투자자로서의 자아정체성을 발달시키게 만드는가에 대한 책을 썼지요.)

변형생성문법이론은 언어에는 '심층구조'와 '표층구조'가 있어 끊임 없이 변형생성된다는 것입니다.
(대학생 때 그랬듯 지금도 '심층구조'와 '표층구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 다시 인터넷을 뒤져봤다는... --;)

제 나름대로 풀어 이해한 바로는
그러니까 누군가가 말한 것(현재 존재하는 언어-표층구조)뿐 아니라
그가 앞으로 말할 수 있는 것(미래에 존재할 수 있는 언어-표층구조)까지 고려해야
그의 마음(심층구조=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맞나요? ^^)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설된 말(현재 존재하는 언어)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권력자들이 언론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도, 언론에서 나도는 언어를 통제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언론노조가 방송&신문 겸영을 허용한 언론관련법 처리에 반대해 방송을 파업한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덕분에 전 한 2주 동안 재미 없고 허술한 방송을 보면서 킥킥 대느라 꽤 재밌었습니다~.
방송이 재미 없으니까 방송 PD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고요.

언론 통제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사건이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영장 청구였죠.
비판적 여론을 주도하는 네티즌에 대한 겁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논란도 뜨거웠지만,
미네르바가 전문대 출신 31살 무직남으로 밝혀진 데 대한 논란도 뜨거웠습니다.
'가짜에 놀아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도 있더군요.(ㅈㅇ일보)
(미네르바가 언제 해외유학파나 증권사 출신이라고 한 적이 있었나요? 갸웃....->추신: 신동아가 그렇게 썼군요. 증권사 출신에 외국생활경험자..)

지난 연말에 나온 책 중 '무지한 스승'이란 책을 읽어볼까 싶습니다.
자크 랑시에르란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인데,
여기서 '무지한 스승'이란 자신이 가르칠 것을 알지 못하면서 유식하다는 이유로 다른 이의 ‘앎의 원인’이 되는 스승을 뜻한다지요.

미네르바는 박사 학위 없이도 똑소리 나는 글 썼을 뿐이고,
물리학 박사는 학위 있어도 환경미화원 모집에 지원했을 뿐이고.

법대 1학년 때부터 25년 동안 사법고시에 떨어진 끝에 법무사 공부하다 돌연사했다는 45세 남자의 삶과,
굶는 아이들을 옆에 두고 자신의 시신을 떠나지 못했을 팔레스타인의 한 어머니의 영혼 앞에
머리를 숙입니다.

표현(발설)된 것, 표현(발설)될 수 있는 것 아래에 흐르는 뜻 읽기를 오래오래 생각하게 하는 한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