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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야식단상

밤에 먹는 음식은 두 배쯤 맛있다.
밤에 먹는 음식이 두 배쯤 맛있는 건, 내일 부을 얼굴과 몸에 대한 걱정, 혹시 있을지도 모를 더부룩함과 더불어 살짝 이거 너무 늦게 먹는 거 아냐, 하는 죄책감과 후회까지 양념으로 먹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 우아하게 식사 시간, 티타임 딱딱 지키며 정량만 먹는 인생은 재미없다.
때로는 고봉밥에 볼이 미어터지도록,
때로는 딱딱 맞는 상차림이 아닌 양푼을 끼고,
때로는 허겁지겁 먹는 것도 좋다.

오랜만에 국수를 삶았다.
물이 부르르 끓을 때 찬물 잠깐 붓고 다시 부르르 끓을 때 찬물 잠깐 붓고.
거짓말처럼 거품이 사그라든다.
밤에 음식을 하는 건, 어쩌면 먹기 위해서가 아닐 지도 모른다.
음식을 하는 과정 하나 하나에 내가 가진 상념들을 하나씩 털어넣어 말갛게 되려고 그런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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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백밀국수 + 익은 열무김치 + 농군마을 참기름 + 송광매원 회초장 + 깨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