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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일삽우일삽

데뷔는 어려워 이로운몰에 쓰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콘셉트는 아이들이 입에 물고 빨아도 안전한 장난감. 요즘은 저작권이니 초상권이니 하는 개념이 강해져서 만만한 게 뭐라고, 만만한 조카들 무료 모델로 등장. (올케에게 부탁했다) 이럴려고 거금을 들여 장난감을 사준 거 아니겠음? 그런데 말이지, 요놈들이 장난감을 물고 빨고를 안한다는 말씀. 평소 지지, 에비, 이런 교육을 잘 받았거든. 그래서 특명을 내렸다. 물고 빠는 장면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그리하여 설정샷이 시작되었단다. 똥개야 그 장난감 입에 물고 먹어봐. 네? 아니 뽀뽀하지 말고 먹어보라니까. 네? 그건 맞는데... 사진기를 봐야지. 네? 이렇게 세 차례의 삽질을 거쳐 장난감을 물고 빠는 장면을 찍긴 했는데, 정작 사진을 요청한 콘텐츠 담당자 님은 다른 .. 더보기
트렌치코트의 비밀 가을이다. 가을이다. 출근시간이 빠듯함에도 불구하고 고탄력 스타킹에 억지로 다리를 끼워넣고, 니트 블라우스의 리본도 나름 예쁘게 매고 화룡점정으로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가을은 트렌치코트의 계절이니까. 지하철 안에서도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걸어오는 동안에도 나는 괜히 가을 여인이 된 듯, 우아하지만 경쾌하게 또각또각 걸었다. 이거 왜 이래, 나 가을 여자야. 라는 분위기 팍팍 풍기며. 차림이 그래서 그런가, 경쾌하고 우아한 내 발걸음 때문인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쁘지 않다. 청계천 다리를 건너는데, 왠 아주머니께서 내게 말을 건다. "저기요, 아가씨." 길을 물으시려나. 아침부터 도를 믿으십니까,는 아닐 테고. "네?" "저기, 바바리에 이름표 붙었어요." "네에~~.. 더보기
선물 눈뭉치 추석 때 이로운몰에선 아주 질 좋은 멸치와 사과를 팔았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나도 구입자가 되어 아주 질 좋은 멸치를 평소 존경하던 옛 직장 상사이자 어른께 보내드렸더니 다정한 편지와 함께 시디 몇 장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런데, 내 집엔 오디오가 없다. 컴퓨터에 스피커도 없다. 그러니 그 선물은 어이하나. 회사에서 들을 수도 있지만 일하면서 음악을 듣는 편이 아닌데다 귀에다 뭘 꽂고 있질 못한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는 아니고(거금을 그어대는 카드를 이용해) 오디오를 샀다. 이 오디오 열심히 굴리려면 시디를 또 부지런히 사서 들어야 한다. 같은 시디를 계속 듣는 건 재미없다. 그래서 음반 사이트에서 시디 몇장을 또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듣던 시디들도 다시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사하면서.. 더보기
미련 1. 아침에 일어났더니 배가 아프다. 2. 배고파서 그런가 하고 절편 3개와 사과 주스를 먹었다. 3.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자 속이 쓰리다. 4. 배가 고픈가 하고 11시 30분 되자마자 밥 먹으러 가서 김치볶음밥에 튀김까지 가득 먹었다. 5. 그렇게 먹고 나니 배가 아프다. 6. 참았다. 어쩔 수 있나. 살살 아픈 배는 어쩔 수 없어. 7. 그래도 배가 아프기에 계속 무언가를 마셨다. 8. 저녁이 되니 좀 나은 듯도 하다. 9. 저녁 약속 있어 저녁을 먹었다. 10. 과연, 또 배가 아프면서 명치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 11. 그제서야 체했구나, 싶다. 12. 돌아가는 길에 까스활명수에 약을 사먹었다. 13. 집에 오니 좀 낫다. 과연 한국인의 소화제! 14. 시간이 지나니 또 배가 고프다. 15.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