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신상/커피한잔에 Takeout하는 세계

커피, 고단한 노동의 음료를 벗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발딱'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인다. 한참이라고 해봐야 겨우 10~20분이지만, 그 뒤척이는 시간이 좋아 부러 시간을 좀 당겨 알람을 맞추곤 한다.
그렇게 뒤척이고 일어나 씻고 당기는 얼굴에 스킨 로션을 찍어바르고 나서 하는 건 커피원두를 가는 거다. 4인분의 커피원두 40그램을 가정용 그라인더에 가는 시간은 1분 남짓. 출근 시간엔 그 1분이 한없이 길기도 하지만,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뛰어가는 한이 있어도, 전철에서 내려 미친 듯이 뛰는 한이 있어도 결코 포기 못하는 시간.
스걱스걱 별로 좋지 않는 소리와는 달리 내 작은 공간에 피는 커피향기는 참으로 좋다.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핸드드립할 준비를 한다. 적당한 굵기로 간 원두를 최대한 평평하게 피며, 오늘은 뜸이 예쁘게 들까, 오늘은 물을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하며 하루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자, 이제 커피를 내릴 시간.
뜸들이는 시간 30초를 포함해 2~3분 정도면 핸드드립 커피 4인분을 뽑는다. 그 커피를 보온병에 담으면 출근 준비 끝.
이제 회사에 갈 시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내게 커피는 그야말로 고단한 노동의 음료이자 어른임을 티 내야 하는 자리에 억지로 시키는 검은색 음료. 향이니 맛이니 구별할 수도, 구별할 필요도 없는 그런 커피 청맹과니였다.

그런 내가 핸드드립을 하고, 원두를 사서 집에서 갈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조만간 집에서 직접 생두를 로스팅한다고 덤비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빠져 있다.

이렇게 커피에 매혹된 건, 핸드드립의 맛을 알아서이기도 하지만, 좋은 생두를 좋은 솜씨로 로스팅하고 그렇게 탄생한 좋은 원두를 잘 숙성해 즉석에서 가는 그 맛, 커피물이 내려가는 시간. 커피가 뜸이 들면서 부푸는 시간. 그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회사 일도, 복잡한 집안 일도 다 잊는 무아지경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거겠지.

그렇게 커피와 친해지면서  나에게 위안을 주는 커피가 다른 사람을 착취해서 생산한 것이라는 게 한 편으로 걸렸는데 '공정무역 커피'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 부담을 조금 덜었다.
 
솔직히, 나는 '공정무역' 커피보다는 그냥 좋은 원두를 더 많이 샀고, '공정무역'이 아니라 '공정무역' 할아버지라도 맛없는 건 싫어, 라고 생각했는데
카페 티모르에서 파는 동티모르 원두, 꽤 괜찮다.
함께 핸드드립을 하는 내 친구는 "구수하다. 숭늉같은 맛이 있어."라고 했지만, 내 입맛에는 뭐랄까. 아주 직선적인 맛이랄까. 자잘한 향이나 곰살맞은 맛은 없지만 묵직하고 깊은 것이 아, 남성적인 커피 맛이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가끔 카페티모르의 원두는 동티모르산 아라비카 종으로 YMCA의 활동가들과 동티모르 현지인들이 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재배형 커피가 아니라 고산지에서 자란 커피체리를 일일이 손으로 따는 형태라, 유기농은 고사하고 유기 비료 한 번 안 주는 자연농법으로, 사람이 키운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이 키운 것이란다.

그래서일까. 카페 티모르 동티모르 원두에선 솔직하고 정직한 자연의 맛이 나는 듯하다.

카페 티모르 원두 40그램.
500ml 보온병을 가득 채울 만큼 커피를 만들어내고,
나와 나의 동료들에게 향기롭고 맛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하고,(거의 다 내가 먹긴 하지만)
동티모르의 순박한 사람들에게 생활의 방편을 제공한다.

참, 고맙다.

*동티모르 원두로 만든 커피를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원두 티백도 있다. 사무실에선 원두 티백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단연코!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 아니면 가정용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가 훨씬 맛있다.

카페티모르 원두 200그램
상품가격 10,000 원 / 커피
상세보기 관련상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