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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커피한잔에 Takeout하는 세계

‘즐거운 소비’로 당신의 자부심을 산다, ‘카페 티모르’


‘즐거운 소비’로 당신의 자부심을 산다, ‘카페 티모르’

사회적 기업의 모범사례가 되고 싶은 공정무역 커피의 대명사


요즘 사람들은 소비활동이 소비만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돈 들인 이상의 그 무엇을 원한다. 그것은 주로 심리적인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현명한’ 혹은 ‘윤리적인’ 아니면 ‘착한’이 소비의 수식어가 될 수 있겠다. 내가 소비한 상품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니, 이건 매력적이다. 소비를 죄악시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그 소비가 내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을 준다면, 내 심리적 만족도 역시 더 뿌듯해진다. 바꿔 말하자면, 이것은 ‘즐거운 소비’다. 착하면 즐겁다는 것. 우리가 일찌감치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부터 귀에 인이 박히도록 들은 말, 아니던가. 굳이 ‘착한’이라는 수식어에 구애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즐겁기 위해 하는 소비. 그래서 나는 이것을 ‘즐거운’ 소비라고 부르고 싶다.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동티모르인 (사진제공 :카페 티모르)


여기 그 즐거운 소비를 돕는 ‘카페 티모르(Cafe Timor, 대표 조여호, 이로운몰에서 카페티모르 제품 구매하기)’가 있다. 감이 오겠지만, 그렇다. 커피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고, 물 다음으로 음용을 많이 하는 음료.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취향을 반영하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취향의 음료.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부피를 기준으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상품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 25억 잔 이상 팔리는 제품이, 또한 커피다. 이 정도면 그 커피가 얼마나 우리 삶에 밀착돼 있는지 알만할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커피는 세계적인 부의 불균등 문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상품이기도 하다.

카페 티모르는 그 커피를, 그리고 무엇보다 ‘공정무역’ 커피를 다룬다. 공정무역.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주류 무역체계인 ‘자유무역’이 얼마나 ‘불공정한’ 거래를 행하고 있는지. 그 가운데 커피도 불공정한 거래의 주요 상품이다.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 커피재배지는 대부분 이른바 ‘못 사는’ 나라에 집중돼 있다. 이들 나라에서 커피는 주요 국가수입원인데, 불공정거래는 이들 나라의 경제․정치․사회 안정과 환경에 영향을 주며 마약시장 확대 등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카페 티모르의 공정무역도 같은 맥락이다.

Tip. 공정무역
거대자본을 가진 소수만 돈을 벌고 다수는 손해를 보는 구조가 지금의 주류 무역체계인 ‘자유무역’이다. 쉽게 말하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해 만든 제품이, 명품상표를 달고 비싼 값에 팔린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이 자유무역 구조다. 제품을 만든 사람들의 노동환경은, 한마디로 시궁창이다. 자유무역 아래서 빈민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가진 것도 잃는다.

공정무역은 이 같은 불공정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대안의 무역체계다. 생산자가 사회적 초과 이익이 포함된 최소한의 공정가격을 받도록 한다. 이는 시혜가 아닌 최소한의 상도의라고 볼 수 있다.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 이들이 생산한 제품에는 공정하고 안정된 가격이 매겨지고 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는다. 그리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대개의 경우 자신들의 사업이나 공동체에 다시 투자한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일은 더 나은, 그리고 더 관대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실천 방식이다. 공정무역은 가난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지난 여름, 동티모르 커피산지견학 (사진제공 : 카페 티모르)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 FLO)는 공정무역 상표를 붙이기 위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생산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 생산자가 생산기술의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추가 이익을 지불해야 한다.
․ 생산자가 요청하면 거래대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해야 한다.
․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생산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기 수급계획을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카페 티모르는 동티모르의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삼는다. 동티모르. 생소할지 모르겠다. 동남아시아와 호주대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오랜 식민생활 끝에 1999년 독립한 나라다. 370여 년간 지배하던 포르투갈이 지난 1976년 식민지 경영 포기를 선언하자, 인도네시아가 철권통치를 했다. 400조 규모(추정치)에 달하는 천연가스와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자원부국이지만, 일인당 국민소득은 어림잡아 50여만 원(해외 원조금액 등을 모두 합친 추정치)인 아직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도요타 자동차, 노키아, 그리고 오렌지와 커피를 파는 헐벗은 손이 공존하고 있다.

카페 티모르의 시작은 동티모르 모금캠페인이었다. 2005년 동티모르 대통령이 방한 때 YMCA총재와 만났고, YMCA는 3년 동안 동티모르를 도와주겠단 약속을 했다. 그런데 무작정 기금 모금만으로 도와줄 수는 없었다. 구실이 필요했고, 이럴 때 눈에 띈 것이 커피. ‘피스커피’가 탄생했고, 1년 동안 좀더 이를 확대하면서 커피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저소득층의 취업기회 등을 만들기 위한 바리스타 학교를 꾸리고 커피하우스 체인을 만들었다. 커피하우스는 지난 3월 남대문점을 1호로 현재 이대점, 신림점 등 3개가 꾸려졌다.

카페 티모르 이대점


한해 그들이 동티모르에서 들여오고 있는 생두는 30여 톤이다. 동티모르 싸메(Same)지역의 2개 마을에서 커피를 공급받고 있다. 커피는 재배가 아닌 자연산 채집이다. 그들 마을은 재배라고 할 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약 없이 완전 자연적으로 자라난 커피콩인 셈이다. 커피 재배환경 개선을 위한 카페 티모르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조여호 대표의 얘기다. “동티모르에 학교를 만들고 컴퓨터 등을 놔주는 비용 일부가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나오고 있다. 커피 품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공동작업장을 만들고 가공기계를 현대화한 상태다. 현재 마을조합도 추진하고 있는데, 커피 재배에 대한 주민들 인식이 없어 촌장 할아버지의 땅 일부에 묘목 작업을 하면서 설득작업을 하고자 한다.”

이밖에도 부녀자 피임교육과 건강교실, 의약품 공급 등 주민복지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이다. 청년영농지도자를 한국에서 유학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9월 마을청년 몇 명이 동티모르 YMCA를 통해 한국에 와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카페 티모르 이대점 등을 방문, 그들의 커피가 어떻게 소비자와 만나고 있는지를 보고 매우 놀라, 고국에 돌아가 주민들에게 이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조여호 카페 티모르 대표

무엇보다 모금 아닌 사업으로 공정무역을 본격화하면서, 카페 티모르는 공정무역 커피의 전도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고자 교육과 커피하우스의 확대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정한 거래와 가격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커피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윤기를 주리라 믿는다.  조 대표는 “2009년에는 커피하우스 체인을 늘려 공정무역커피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는 한편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좀더 많은 커피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인식 확산도 중요한 문제다.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도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할 텐데 아직은 인식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은 여전히 캠페인이고 운동이잖나. 비정부기구(NGO)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본이나 제도도 없는 상태다. 공정무역 커피도 커피시장에서 산업적인 데이터도 없고. 어쨌든 이런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고 중요하다.”


카페 티모르는 사회적 기업화도 엄벙덤벙 추진하고 싶진 않다. 대충해선 서로가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노동부)가 진행한 사회적 기업도 당초 목표로 했던 것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국내에서의 사회적 기업은 아직 미약하고 제대로 클 수 있는 토대와 토양이 미욱한 형편이다. 굳건한 철학과 인식 없이 만들어진 제도가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되레 방해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민간에서의 자발적 움직임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정무역에 대한 철학과 현지 사업을 바탕으로 기초 체력을 다진 카페 티모르의 이력은 손쉬운 결과물이 아니다. 이들의 사회적 기업화에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보르헤스의 말처럼,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우리가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커피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가꾸고 수확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커피 한잔을 통해 우리와 저 멀리 있는 커피생산자(노동자)가 연결돼 있으며, 우리는 별개가 아닌 함께 지구라는 땅을 딛고 서 있는 존재들이다.


(취재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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