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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벌기

커피 한잔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꿈꾼다

동티모르에 간 피스커피 사람들(사진 : 피스커피)
 
커피 한잔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꿈꾼다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


계획된 시작은 아니었다. 이름도 생소한 ‘동티모르’에서 원조를 요청했다. 인도네시아 옆에 위치한 나라.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와 호주대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라지만 오랜 세월 식민지로 거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원부국이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2005년 한국을 방문했다. YMCA총재와도 만났다. 덜컥 YMCA는 약속을 했다. 동티모르를 돕겠다고. 문제는 방법이었다. 무조건 퍼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본의 아니게 오더(?)를 받은 조여호 YMCA전국연맹 인권복지팀장. 머리를 싸매야 했다. 구실이 필요했다.


그러다 퍼뜩 눈에 띈 것이 ‘커피’였다. ‘커피존’(커피가 재배될 수 있는 북위 25도와 남위 25도의 지역) 내 위치한 동티모르에 커피열매가 재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정확하게는 ‘재배’가 아닌 그냥 자라고 있었다. “그렇지, 이거다.” 문제해결은 어렵지 않았다. 커피를 수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커피가 나왔다. 동티모르산 커피 한잔으로 동티모르의 농민들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평화의 아이콘이랄까. 1년 동안 사업을 확대하면서 좀더 가능성을 엿봤다. 커피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윽고 저소득층의 취업기회를 만들기 위한 바리스타 학교를 꾸리고 커피하우스 체인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조여호 팀장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자신도 있었다.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지속가능한 생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공정무역(착한)’ 커피가 국내에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티모르’라는 이름의 커피하우스 체인은 2007년 3월 남대문점을 시작으로 이대점, 신림점이 꾸려졌다.

조여호 팀장은 커피하우스 체인을 책임지는 '카페 티모르' 법인의 대표가 됐다. 몇몇 기업에서 이 같은 취지에 동감해 착한 커피원두를 구매하고 있다. 최근에 동티모르 원두를 사용한 커피음료 ‘소와나무 아라비카 오리지널’을 출시한 동원데어리푸드가 대규모로 원두를 구매하기도 했다.


“커피생산지에 학교를 세우고 컴퓨터 등 인프라를 놔주는 비용 일부가 이 커피에서 나오고 있다. 커피 품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이다.” 커피 한잔이 저 멀리 동티모르 농민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올해 전세계적인 공황 속에서도 착한 커피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때론 연대의 기치를 높이게 되곤 하지 않던가. “커피하우스 체인을 조금씩 늘려 공정무역 커피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커피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의 취지와 공감할 수 있는 기업과 제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조 대표의 뜻대로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공정무역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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