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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사람들 이야기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키운 커피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키운 커피

커피 좋아하세요?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정신을 깨우고, 밤에 마시는 커피는 마음을 어루만지죠.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작은 위로 한 조각, 혹은 반복되는 노동의 버팀목 같은 커피 한 잔에도  ‘고단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설탕, 카카오 등과 함께 대표적인 플랜트 농업으로 재배되는 커피는 가장 불공정한 방식으로 거래되기 마련이고, 정작 커피를 생산한 커피노동자들은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눈물 대신 ‘희망’을 키우는 커피도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라고 부릅니다. 공정무역 커피는 나의 위로를 다른 사람의 눈물과 바꿀 수 없다는, 소박하지만 인간적인 바람에서 시작된 건 아닐까요. 적어도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마음은 그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공정무역 커피 중에서 피스커피/카페티모르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을 소개해드릴께요. ‘이야기’를 알면 커피 한 잔이 더욱 맛있을 테니까요. 

동티모르 이웃, YMCA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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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커피 카페티모르 커피가 생산되는 로뚜뚜, 카부라키 마을의 자연. 질 좋은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피스커피와 카페티모르에서 사용하는 커피 생두는 저 멀리 동티모르에서 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동티모르 남동쪽 카부라키산을 중심으로 한 사메 지역 해발 800~1300미터 사이에 위치한 로뚜뚜 마을과 카부라키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생두를 수확하고 선별하고 가공하는 거지요. 이렇게 동티모르의 커피 생두가 우리 손에 전해지기까지 다리 역할을 한 곳이 바로 한국YMCA전국연맹(이하 YMCA)이고, 지금도 YMCA 활동가 2명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전 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와 YMCA가 인연을 맺은 건 2005년으로 거슬러갑니다. 2005년 동티모르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YMCA는 동티모르를 돕겠다는 약속을 했대요. 처음엔 기금 모금으로 시작했지만, 기금 모금 등 원조가 아닌 동티모르 주민들이 독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원 방식을 고민했고,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커피’였어요. 당시 동티모르에서 수출 가능한 자원은 커피와 천연가스 등이 전부였다고 하니까요.
동티모르 커피는 그 자체로도 사연이 있습니다. 물론 지리적으로 기후적으로 커피가 자랄 수 있는 ‘커피벨트’에 속해 있기도 하지만, 동티모르 커피는 거의 400년에 가까운 시간을 포르투갈 식민지로 있던 바로 그 시절에 탄생했어요. 포르투갈 사람들이 마시기 위해 커피 씨앗을 산에 뿌린 것이 커피 재배의 시작이었죠. 그 커피가 시간이 지나 로뚜뚜,카부라키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생계를 책임지게 된 거랍니다.

비, 바람, 햇살의 힘을 빌어!

커피 생두를 생산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YMCA에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우물부터 팠대요. 가난한 지역일수록 마실 물, 씻을 물이 부족하기 마련이지요. 로뚜뚜, 카부라키 마을 또한 그랬고 커피 수확은 잠시 미뤄두고 마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부터 시작했대요. 지금은 저장창고 및 커피가공장까지 있으니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한 거죠.^^
자, 이제 커피 생두 생산과정을 볼까요. 우선 커피농장이 있어야 하고, 커피묘목을 길러야 하는데… 아니라네요. 이 곳 커피는 ‘재배’되는 것이 아닙니다. 커피 농장이 따로 있어 줄 맞춰 커피 묘목을 심고 키우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가며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생하는 커피나무에서 커피체리를 채집하는 거랍니다. 일 년 내내 비와 바람 햇살이 키운 그야말로 야생 커피라고 할 수 있죠.(그래서인지 동티모르 커피는 바디감-입속에 느껴지는 질감-이 묵직하며 맛이 강하고 선이 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400년 전 커피나무가 심어진 그대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자랐고, 수확하기 쉽도록 품종 개량이 된 것이 아니어서 야생 커피의 원종에 가깝다고 해요.)

야생커피나무에서 채집한 커피체리를 거피하고 뽀얗게 속살을 보이는 생두를 좋은 것으로 선별해 씻고 가공하는 것이 이곳 마을주민들의 생산과정이죠.  이러한 작업은 100퍼센트 손으로 이루어지며, 공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마을주민들에게 별도의 임금이 지급됩니다. 생두 하나하나에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셈이에요. 사람 손이 많이 갈수록 ‘명품’이라면 이곳 커피생두는 정말 명품이지요.^^

이렇게 들여온 생두를 한국에서 정성스럽게 볶아 상품화한 것이 피스커피 및 카페티모르 원두이고요, 이 제품의 수익금 또한 동티모르 마을로 환원되어 일부는 커피농가의 수입 보전책으로, 일부는 커피 가공 설비 지원금으로, 또 일부는 생산자협동조합 조직 지원금으로, 마을 커뮤니티 센터 설립금으로 쓰이고 있으며,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컴퓨터 교실과 축구교실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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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체리를 수확하고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동티모르 마을 주민들과 YMCA 관계자. YMCA는 마을주민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질 좋은 커피 생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동티모르 로뚜뚜 마을 촌장이신 페드로 할아버지는 한국YMCA전국연맹을 통해 피스커피/카페티모르 소비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오시기도 하셨어요. 

…몇 년 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커피를 많이 사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커피를 생산하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마을을 돕고 있는 한국YMCA에 감사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정무역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나라의 회사들은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우리 커피를 사갔지만 한국YMCA는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커피가공장이나 저장창고, 우물과 같은 여러 시설을 지어 우리 마을을 돕고 있죠. 한국YMCA와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함께 수확한 커피를 드시는 한국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또 다른 희망을 엮다

“아무리 생두가 좋아도 로스팅을 잘못하면 커피 맛은 떨어지고, 아무리 로스팅을 잘 해도 생두가 나쁘면 좋은 커피가 될 수 없다.”
로스팅(커피생두를 볶는 것)은 커피 맛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랍니다. 어떤 식으로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복잡미묘한 커피 맛을 잘 펼칠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로스팅을 하는 사람 또한 피스커피/카페티모르 원두 생산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로운몰에서 판매하는 카페티모르 원두는 주문 후 생두를 로스팅해서 배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티모르 원두를 주문하면 그야말로 갓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고를 기꺼이 해주시는 분들이 바로 카페티모르 바리스타들입니다. 카페티모르는 오프라인 카페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남대문점, 이대점, 신림점이 성업 중이죠.(2008년에는 동티모르 로뚜뚜, 카부라키 마을 청년 몇 명이 카페티모르 이대점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들은 그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한 커피가 소비자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직접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해요. 동티모르로 돌아가서 이를 마을 주민들에게 상세히 알리고요. 그렇게 소비자의 얼굴을 보았으니 그들은 아마 더욱 더 정성스럽게 커피를 생산하지 않을까요)
카페티모르 바리스타들은 카페 일만으로도 매우 바쁩니다. 단순히 카페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케이터링 사업도 함께 하거든요.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질 좋은 커피, 맛있게 드시게 하고 싶어 주문 후 로스팅을 고수하는 거죠.       
카페티모르의 바리스타들은 모두 YMCA바리스타학교 출신이에요.YMCA는 동티모르 생두를 들여오면서 바리스타 학교도 만들었어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이나 여성 가장, 청년장기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하고,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카페티모르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겁니다. 동티모르에서 온 커피는 이렇게 한국에서도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이라는 또 다른 희망을 엮고 있는 거지요. 희망릴레이라고 할까요.


피스커피/카페티모르 조여호 대표는 필감준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희망을 밝히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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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여호 대표.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좀더 많은 커피 소비자들과 만나고 싶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인식 확산도 중요한 문제다. 같은 값이면 소비자들도 공정무역 커피를 선택할 텐데 아직은 인식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은 여전히 캠페인이고 운동이잖나. 비정부기구(NGO)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자본이나 제도도 없는 상태다. 공정무역 커피도 커피시장에서 산업적인 데이터도 없고. 어쨌든 이런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 좋고 중요하다.”

조여호 대표의 바람처럼 공정무역 커피가 캠페인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현명한 소비, 이로운 소비가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카페티모르 원두는 참 맛있으니까 그 시기는 멀지 않을 거예요.
여름이에요. 아이스커피가 ‘땡기는’ 여름입니다. 아이스커피로도 너무나 훌륭한 카페티모르 커피는 어떠세요?
(2009. 6 / 무한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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