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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이로우너 이야기

씨네큐브와 백두대간의 분리...만드는 이의 고단함

밀린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쳐 안기던 그 곳
노처녀였던 친구(이젠 애엄마)와의 동지적 수다를 나누던 그 곳
옛 남친과의 데이트 장소였던 그 곳
주말 커플(?)이었던 친구가 '영화나 볼까'할 때 함께 가던 그 곳
제 서울살이의 온갖 추억이 담긴
씨네큐브 광화문...

상영시간표를 보니 '8월 31일'까지밖에 없군요.
http://noma.kr/B1j 
9월부터는 영화사 백두대간이 씨네큐브를 떠난다는 소식이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요.ㅠ.ㅠ




태광 계열 티캐스트가 씨네큐브를 물려 받아 운영하는 데 대해
오마이뉴스 기사는 '주방장 바뀌었는데 음식 맛이 같을까'라고 표현했네요.
티캐스트는 예술영화 배급에 대해 별로 뚜렷한 정책이 없는 듯합니다.  
http://noma.kr/W2d
이제 예술영화 보려면 이대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까지 가야 하는 건가요? : (

백두대간...
동숭아트센터 떠난 후 씨네큐브에서 자리 잡는 듯하더니 또 쫓겨나가는 신세...

제겐 '씨네큐브의 영화=백두대간이 고른 영화'였는데...
상표권은 가지고 시작하시지,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제 맘이 이러니 백두대간 분들 맘은 어떨까요.
또 다시 예술영화 공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아트하우스 모모로 옮겨가는 백두대간 분들이 지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씨네큐브 단골 중 한 명이자 기업 시작한지 1년 남짓한 제겐,
백두대간과 씨네큐브의 분리는 충격적이고 교훈적인 사건입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무언가에 대한 책임이 생긴다는 뜻.
소비자, 고객의 사랑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라면 그 책임은 더 무거울 것입니다.

찬찬히, 제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차분히, 이로우너들의 의견과 경영현인들의 조언을 들어야겠어요.
그 과정이 고단하더라도....

지금 상영하고 있는 버터플라이의 한 대목...


줄리앙 : 심판의 날에 생긴 일이야
엘자 : 그게 뭔 날인데?
줄리앙 : 주께 평가 받는 종말의 날.
주께선 세상이 끝날 때 누가 착한 일했나 살피시는데 토끼 차례였어.
“토끼야, 어찌 살았느냐?”
“들판을 누비며 새끼도 키웠죠”
이때 새가 왔어.
“새야, 어찌 살았느냐?”
“창공을 누비며 새끼도 키웠죠”
다음은 사슴…
“사슴아, 넌 어찌 살았냐?”
“숲에서 노래하며 새끼도 키웠죠”
이번엔 낙타,
“전 혹을 혹사하며 새끼도 키웠죠”
이제 늑대!
“넌 어찌 살았느뇨?”
“한겨울에 새끼 젖 물리기 위해 토끼를 잡아먹었어요.”
이번엔 개였어.
“넌 어찌 살았느냐?”
“주인께 충성하고 새끼도 키웠죠”
마침내…
인간 차례가 됐어.
“넌 어찌 살았느냐?”
“죽기살기로 일해서 돈 벌고 “자식도 키웠죠”
“자식은 어찌 되었느냐?”
“전쟁터에서 죽었어요”
그러자 주께선 심판을 내리셨어.
“동물들은 착하게 살았지만 인간은 잘못을 많이 했지
어찌 됐든 모두 다… 천국으로 가거라”
인간도 가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시며,
“다 내 불찰이다 세상을 7일만에 급히 만들지 않고 2주 동안 차분히 만들 것을.”



한동안 혼자 영화관 가기 싫어 씨네큐브 안 갔는데 오늘은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