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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일삽우일삽

어어, 하다가

아무도 안 시켰는데, 불쑥 말꺼냈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이로운몰의 토끼처녀가 무항생제 돼지고기에 발색제도 합성보존료도 조미료도 안 들어가있는 착한 햄의 샘플을 들고 왔는데, 내게 김밥용 햄이 배당된 것.
김밥용 햄은 반드시 김밥에 넣어서 그 맛을 봐야 한다는 나의 고지식함이
"이걸로 김밥 싸와서 시식할까?"
로 됐고,
두당 한 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별명처럼 고기님하를 너무도 사랑하는 조제호랑이육고기 님하께서
"김밥이라면 최소한 두당 세 줄은 되어야 먹었다 할 수 있지요."
해서 그 양이 막강 늘어버렸다.
주말에 쥐가 풀방구리 드나들듯,
김 사면 김발 안 사고, 단무지, 어묵 샀는데 오이는 안 산 식으로
몇 번이나 수퍼를 들락거리며, 겨우 김밥속을 마련했다.
이거이거 빚이다.
이제 내일 새벽, 김밥 여덟 줄에 걸맞는 밥만 하면 되는데,
솔직히 그렇게 많은 밥을 해본 적이 없어 떨린다.

햄의 맛을 느끼기 위해 다른 재료의 조미료를 빼느라 더 삽질.
단무지는 찬물을 몇 번이나 갈아가며 우려내 특유의 조미료 맛을 빼고 다시 간했고,
어묵도 뜨거운 물에 몇번이나 데쳤다.
맛살은 마 할 수 없이 그냥 잘랐지만(그래도 크래미 썼다는)
달걀도 무항생제로 지단을 부쳤다.

그러니 과연, 친환경적 김밥속이 탄생하는 것인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맛이 없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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