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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신상에 이로운 소식

'이주민에게 인권과 희망을' - 12월 18일은 세계이주민의 날

두 달 전 자주 들리던 신촌의 한 호프집에서, 반가운 후배를 만났습니다.
음악을 하는 친구라 늘 기타를 어깨에 메고 다니는 녀석이지요.

만나자 마자, 대뜸 이런 말을 하더군요.
"누나, 나 공연하는데, 꼭 보러와요."
"응? 네가 하는 그 동아리 밴드에서 공연하는거야?"
"아, 그건 아니고, 제가 '명동 들불장학회'라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요. 거기서 준비한 공연이에요. 공연수익금으로 방글라데시 난민촌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으려구요."

<이 그림은 방글라데시 들불학교 7학년인 아이의 자화상이래요>

들불장학회는 뭐고, 방글라데시는 또 갑자기 무슨 얘기지? 하고 있는데, 이 후배는 연습하러 가기 전에 호프집 사장님께 공연 포스터 붙여달라고 잠깐 들른거라며, 제 손에 리플릿을 쥐어주고는 바쁘게 나갔습니다.
(대학시절 맥주맛이 좋고, 음악이 좋아.. 5년 동안이나 아르바이트 했던 단골 맥주집인데, 지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혼자 놀러가도 꼭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곳이에요. 혹시나 가보고 싶다면 토닥토닥에게 물어보세요. ㅎ)

궁금한 마음에 리플릿을 펼쳐 보았습니다.

들불장학회는 산재, 해고, 이주노동자, 장애인 자녀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마다 명동성당 언저리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 콘서트 <마드라사로 보내는 들불의 노래>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배움을 갈망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지으려고, 들불장학회와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다 추방당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라고 하더군요.

후배 녀석, 착한 줄은 알았지만 나서서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기특했습니다. 그리고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드라사로 보내는 들불의 노래>
우리가 흔히 아는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들과 달리, 거리에서 노래로 활동하는 민중가수들의 노래라.. 조금은 낯설기도 했지만, 멜로디가 잔잔하고 가사가 참 따듯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라고 표현하곤 하지요.
노인, 여성, 장애인, 노동자,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등.. 쉽게 말할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힘든 삶은 이주노동자들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 가족들과 떨어져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현실이라.. 이렇게 추운 날, 더한 추위를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세계이주민의 날'입니다.
무심코 달력을 보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주저리주저리 적어 봅니다.

세계이주민의 날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인정하기 위해 2000년 12월 18일 제정되었대요. 그보다 10년 앞선 1990년 유엔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날을 기념하였다고 합니다.

앗!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UN이주노동자권리협약' 비준국이 아니래요.ㅠㅠ
한국의 이주노동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잖아요. 음.. 우리나라도 UN가입국인 만큼 어서빨리 협약도 비준하고.. 다른 제도적 장치들도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들에게 있을지 모르는..
다 같은 사람인데, 이주노동자들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다른 외국인들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들도.. 사라졌으면 합니다.

이제는 '그들'이 아닌 '우리'의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날이 참 춥네요.
혼자 추워하지 말고, 함께 따뜻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