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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요요 마’ 음악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잠시 쉬어갑니다...^^
좋은 음악, 좋은 음악가를 만났던 현장에서 느낀 단상입니다.
아시죠? 요요 마(Yo-Yo Ma).
지난 12일 기자회견장에 갔었고,
상상마당(www.sangsangmadang.com)에 올린 글입니다.

요요 마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도 했어요.
첼로가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악기이고,
요요 마의 음악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싸주니까,
그의 음악은,
사람친화적인 음악, 유기농과 같은 음악이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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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은 무엇일까. 좋은 음악가는 누구일까. 개인마다 취향이나 지향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음악가에 의한 좋은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에 부는 한줄기 바람’이라고 표현은 어떨까. 아울러 좋은 기도 불어넣어주는 것이 좋은 음악. 혹자는 그런다.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라고. 음악의 힘은 그래서 세다. 혹자는 그랬다. “노래를 할 땐 정제와 고양, 그리고 정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아마 그래서 ‘노래’는 예술가가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는 은유로 사용되기도 하고, 건강의 필수 요소가 되기도 하는가 싶다.” 여기서, 노래는 ‘음악’으로 바꿔도 괜찮겠다.

여기, 이 사람.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음악가이자 좋은 음악을 연주한다고 평가받는다. 요요 마(Yo-Yo Ma). 그는 천재라고 불렸고, 현재도 천재이며, 그 앞엔 ‘노력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되겠다(최소한 나는 그렇게 여기고 있다). 우리에게 역시 익숙한 한 이름, 장한나처럼. 어린 천재에서 이제는 세계 최상급의 첼리스트로 성장한 요요 마. 알다시피, 천재는 태어나는 것보다, 천재로 남아 있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세상이 천재를 그냥 내버려둘 리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피다만 천재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53세의 요요 마는, 잘 자란 그리고 남아 있는 천재다. 그라고 성장통이 없었을 리는 없다. 고통과 질곡이 그의 앞에 가로막지 않았을 법은 없다. 생은 누구에게나 때론 가혹한 법이니까. 그러나 요요 마는 그런 과정을 분명 거치고 현재 우리 앞에 있다. 좋은 음악을 선사해준다. 

그의 얼굴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앨범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앨범(‘기쁨과 평화의 노래’)을 갖고 내한한 요요 마를 12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클래식세븐에서 만났다. 지난 1978년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로 앨범 데뷔한 그는 30년 세월을 고스란히 얼굴에 품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여유로운 자세와 선율을 가진 경쾌한 발걸음, 무엇보다 전날 가진 서울 공연의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을 감출 줄 아는 것도 프로의 미덕이겠으나. 등장과 함께 바로 열린 포토 콜 시간.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 어쩌면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를 액션을 서슴없이 해댄다. 행사장의 긴장은 금세 풀린다. 천재가 가진 여유일까, 아니면 데뷔 30년이 주는 연륜일까. 스스럼없이 기자회견장을 채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그의 표정엔 세월이 주는 푸근함과 안정감이 묻어있다.

그리고 시작된 그와 앨범에 대한 이야기.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첼로를 닮았다. 그의 목소리 리듬은 첼로 선율 같다. 아니 첼로 자체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이기 때문일까. 그의 첼로를 듣자면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좋은 기가 고스란히 그의 목소리에서도 느껴진다. 그것이 설혹 그가 가진 명성에 의한 ‘후광효과’일지 몰라도, 목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면 그것은 충분히 성공적인 소통이다. 조곤조곤 그러나 때론 열정과 유머가 담긴 요요 마의 음색. 글로 설명하거나 표현하기엔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

요요 마는 이번 앨범의 컨셉트를 ‘친구’와 ‘가족’으로 설명했다.
“음악은 서로가 공유하면서도 굉장히 개인적인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무대 있을 때나 집이나 다른 공간에서 거리감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봤다. 우리 모두가 가진 공통점이 가족과 친지다. 모두 명절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 친구들과 기쁨과 평화의 순간을 함께 한다. 그것을 CD에 담을 수는 없다. 나는 명절에 가족들과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친구 혹은 친구의 부모나 조부모 등을 모시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피아노 실력이 형편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개인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는 그런 느낌을 음반에 담고 싶었다. 생각한 것이, 가장 친한 음악적 동료를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앨범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친구도 꽤 많다. (웃음)”

그래서 새 앨범은 흥겨움이 묻어난다. 친구들과 함께 하는 하우스파티, 그 안의 기쁨과 평화를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크완자 축제(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명절), 라마단, 하누카(유대의 명절), 아이드 할 아드하(이슬람 희생제), 율(북유럽의 명절), 동지 축제 등이 각기 다른 색깔의 음악들로 묶였다.

그는 말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음악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협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음악 친구를 찾아가 함께 녹음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6월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일주일동안 이를 재녹음했다.”
말하자면, 음악가 ‘친구’들이 요요 마를 기점으로 네트워크를 이룬 것. 요요 마는 호기심 천국이다. 천재라서 더 이상 음악적 호기심을 잃은 것이 아니다.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심이 그의 천재성을 유지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온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한층 더 흥미롭고 진화된 시도를 했다.  다이애나 크롤, 제임스 테일러, 크리스 보티, 르네 플레밍, 조슈아 레드맨, 데이브 브루벡, 에드가 마이어, 알리슨 크라우스, 실크로드 앙상블, 파키토 드리베라, 아사드 패밀리 등 세계 정상급의 다양한 음악가들과 함께 했다.


그렇다면 요요 마의 30년은 어땠을까.
“30년을 돌아보면 머리숱이 많이 줄었다. (웃음) 머리숱을 잃었지만 많은 경험을 얻었다. 3년 전 이라면 이 앨범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녹음은 한국 운동선수들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녹음됐지만 최종적인 녹음은 6월의 일주일 동안 뉴욕에서 이뤄졌다. 내가 올림픽과 같았다고 하는 이유는, 매일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와서 연주를 하면 그때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또 다른 아티스트가 와서 연주를 하노라면 또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느낀다. 매일같이 ‘최고다’,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매순간 나는 눈이 커지고 그들의 재능과 선의에 놀랐다.”

무엇보다 도드라진 이 시도가 반갑다. ‘도나 노비스 파쳄(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의 멜로디를 녹음, 이 음원을 인다바뮤직 사이트(www.indabamusic.com)를 통해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선율을 입히거나 편곡을 해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투표를 통해 요요 마와 레코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소통과 교류는 그렇게 더욱 넓어지고 커질 것이다.

요요 마는 그렇게 전진한다.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면서. 당연히 그가 줄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음악과 함께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도 있다. 요요마는 11일에 이어 13일 울산 공연 뒤, 한국을 떠난다. 우리에게 남는 건, 오직 그의 새 앨범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그러니까 자유롭고 너른 마음의 첼리스트를 이렇게 떠나보내도 슬퍼해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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