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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소비자-유통업자가 일구는 '참살이'의 현장, ‘농군마을’ (1)

농민-소비자-유통업자가 일구는 '참살이'의 현장, ‘농군마을’ (1)



안전하고 믿을만한 먹을거리.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화두 중의 하나다. 이미 우리는 먹을거리 때문에 데일만큼 뎄다. 올해만 봐도 그렇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부터 중국산 멜라민 사태는 먹을거리를 하나의 ‘공포’로 만들었다. 공포영화는 차라리 낫다. 공포가 스크린 안에서만 암약하니까. 되레 현실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니까. 그런데 광우병이나 멜라민 등은 바로 현실의 공포다. 언제 내게도 닥칠지 모르는 눈앞의 공포. 더구나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인간. 그런데도 먹을거리 자체가 죽음을 향한 공포로 다가오는 시대라니. 아, 어쩌란 말이냐. 햄릿의 고민도 아마 지금이라면 이렇게 바뀔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최근 몇 년 새 사람들의 식탁에서 비중을 높여가는 먹을거리가 있다. 친환경농산물. 소비자의 먹을거리 안전의식 및 환경․사회의식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또한 먹을거리 자체에 불만과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불량 먹을거리가 사람 잡는다는 것을. 그래서 경기침체라지만,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향한 소비자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왜냐,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 ‘농군마을(대표 김천국, 농군마을브랜드숍 가기)’은 이런 고민을 공유한 유통업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 제공. 그것이 목표다. 이런 고민과 함께 생산자인 농민도 생각한다. 이는 당연히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고리이며, 선순환이다. 생각해보라. 삶과 생계가 해결된다면 농민들은 의당 좋은 농산물 생산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 좋은 농산물은 자연 안전하고 믿을만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과 만나고 소비자들은 호응한다. 반대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서로 찾고 공급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 덩달아 땅도, 지력도, 지구도 좋아진다. 부수적인 효과지만, 그것이 또한 인간을 건강하게 만든다. 이런 좋은 사슬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좋지 아니한가.


농군마을은 그런 사이클을 만드는데 일조하고픈 유통업체다. 그들은 사실, 가나안농군학교 유통사업단이다. 그래서 모든 철학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비롯됐다. 이 익숙한 이름. 1960년대 우리 농촌에 생활개선 및 계몽운동을 펼치며 숱한 농민 지도자와 농민들의 삶을 향상시킨 주역, 아닌가. 농민을 중심에 뒀던 설립자 고 김용기 장로가 주창한 ‘참살이’는 바로 오늘날의 ‘웰빙’이고. 고로, 농군마을은 가나안농군학교의 철학을 이어받아 가나안농군운동을 전개하는 주체다.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고품질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하고, 농민에게는 친환경농업기술을 보급․지도하면서 유통까지 보장해줌으로써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농민복지에 이바지하는 것.


농군마을의 세 가지 약속


지난 2007년 4월 설립된 농군마을은 생활협동조합(생협)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3개의 축이 협의체를 구성해 움직인다. 생산자(조합), 소비자, 유통사업자가 바로 그 축들. 이 삼각편대로 농군마을은 움직인다. 정직하고 건강하며 안전한 먹을거리는 이 삼각축의 긴장과 협력으로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는 농군마을을 통해 유통되는 모든 제품의 가격에 포함된 유통마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생산자-소비자-유통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는 각각의 의견을 내고 수렴해 가격산정에 반영한다. 한달에 한번 모인다. 모두가 만족하는 유통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김 대표는 “같이 살아야하는데 유통업자를 욕하고 생산자를 못 믿고 서로 불신이 강한데다 생산자,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 불만이 있었다”며 “우리는 원가를 오픈해서 이렇게 운영한다고 투명하게 드러내고 마찰을 최소화 한다”고 말했다.


농군마을은 그랬기에 가능한 약속들을 한다. 세 가지다. 첫째가 소비자 건강을 최우선에 둔 안전한 먹을거리(Sarety)다. 둘째는 유기농산물이라는 말로 품질이 떨어져도 괜찮은 농산물이 아닌 엄선된 고품질(High Quality)의 친환경농산물 제공이다. 셋째, 유통단계와 이윤을 최소화하면서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직한 유통(Fair Trade)이 그것이다.


생화학을 공부하다가 농민에게 돌아온 CEO


김천국 대표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고 김용기 장로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뒤를 이었던 현 가나안농군학교 김종일 이사장이다.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종손이었다. ‘농민을 위한 삶’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던 수순이었다.


김 대표는 어쩌면, 이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었다. 종손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학위도 받았다. 미국의 한 생화학연구소에서 일했다. 그냥 그렇게 그는 미국에서 일하며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운명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는지, 2006년 6월 귀국을 하게 됐다.  한국을 떠난지 13년 만이었다. 가나안에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고민하던 찰나, 한 대기업 계열사의 학교급식 파동이 터졌다.


김 대표의 머리를 스쳐갔다. 먹을거리. 안전하고 믿을만한 먹을거리.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과도 맞아 떨어지는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3대 째 농민을 위한 삶,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니.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아버지로부터도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 생협과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한 지금의 농군마을을 2007년 4월 발족시켰다. 21세기형 참살이, 그리고 참살길을 찾는 작업의 시작이었다.


그 렇게 김 대표는 전진하고 있다. 다른 친환경유통업자들이 ‘왜 힘든 데 들어와서 사서 고생하냐’는 걱정도 해줬다. 그도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농민을 위한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그는 가업을 21세기에 맞춰 변형해서 리모델링했다. 덕분에 우리는 좋은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이어서,

농민-소비자-유통업자가 일구는 '참살이'의 현장, ‘농군마을’ (2)에서 계속


[글/사진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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