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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사람들 이야기

별 이유없이 괜히 좋은 사람 - 넝쿨농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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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우리 귀농해서 농사 지읍시다"라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더군다나 아내는 막 새로운 직장에서 한창 일하고 있었는데.
아이들도 너도 나도 분명한 이유를 들어 반대했대요.
당시 중학교 1학년인 딸고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10년 넘게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고, 불편한 시골에서 살아갈 일이 걱정이라고 했대요. 
무엇보다 농사에 '농'자는커녕 'ㄴ'자도 모르는데.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요?
저 사진에서 미루어짐작하시겠지만 '귀농'하셨답니다. 서울 생활, 싹 정리하신 거죠. 그 이유는 참 단순합니다.
귀농도 반대고, 농사도 무섭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싫고, 불편한 시골생활도 싫지만 '가족이 헤어져 사는 게' 더 반대니까.
참으로 '가족'다운 결론이 아닌가요.

GPS에도 나오지 않는 오지(라는 건 네네승우의 경험입니다. 네네승우가 직접 다녀왔거든요), 충북 괴산 사기막골에 자리를 잡은게 2005년 4월이니 이제 이 가족의 농사구력도 만 4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귀농 이유도 단순했듯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이유도 단순하지만 명쾌합니다.

"중1이었던 딸은 지금 괴산고등학교 2학년인데 기숙사 생활을 해요. 아들은 괴산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요. 딸은 이곳에 와서 성격도 밝아지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요, 아들은 시골 오니 먹을 게 많아서 좋다고 합니다."

먹을 게 많아서 좋다니! 얼마나 귀엽고도 명쾌한 이유인지, 남수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저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이로운몰에 입점한 넝쿨농장 강순옥, 김상기 대표 부부랍니다.
이로운몰에 입점하려고 사업자등록까지 하셨대요. 처음부터 이로운몰에 입점하고 싶으셨다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던지요.

넝쿨농장은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고, 친환경농법으로 무농약 고구마와 오미자 농사를 짓고, 토종벌이 만든 토종꿀을 채취합니다. 황처리를 하지 않은 곶감도 만들고요.

까지 썼는데... 방금 넝쿨농장의 전화 내용을 듣고야 말았습니다.
"올해 날씨가 따뜻해서... 별도로 황처리를 하지 않은 우리 곶감은 곰팡이가 피었어요. 작년에 비해 10분의 1밖에 못 건질듯해요."
아휴, 참으로 안타깝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약품에 의존할 생각은 없으시대요.  

"시골에 와서 보니 생각보다 노약이나 제초제를 예사로 쓰며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더군요. 귀농할 때부터 무조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겠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먹일 수 있는 농사를 짓자고 다짐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농사지은 것들을 맛있게 먹어주며 고맙다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있거든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건 얘기를 들을수록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유기농은 비싸다, 무농약은 비싸다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한편으로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그렇긴 하지 싶다가도  왜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동급에 놓고 비교하는 걸까 싶을 때도 있어요. 용량이 큰 냉장고 가격과 용량이 작은 냉장고 가격을 비교하며 작은 게 싸네, 하지 않듯이....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은 들어가는 품도 품질도 다른 거니까요.

별 이유없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끔 '주는 것 없이 '이유 없이' 싫은 사람들도 있듯이요.

저는 두세차례의 이메일로밖에 넝쿨농장 가족을 만나지 못했지만, 참 느낌이 좋은 분들이에요.
(직접 실사를 하고 미팅을 했던 네네승우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같더군요.)

가을에 입점해서 넝쿨농장의 농산물은 무농약 호박고구마  뿐이지만,
점점 더 이로운몰 회원들께 소개할 농산물도 많아지겠죠.

고구마를 말린 고구마말랭이도 곧 나온다니,(엄청 맛있다고 해요)  참 많이 기대가 됩니다.

저는 오늘 호박고구마를 주문했어요. 맛탕으로 만들까, 그릴에 구울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