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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자취생들을 위한 일요일 점심 별미

왠지.. 일요일 점심 만큼은 별미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모 라면회사의 '일요일은 내가 짜파** 요리사'라는 광고 때문일까요.
그래서인지 있는 반찬에 밥 먹는 것이 괜히 싫어서.. 나름 무언가라도 '해 먹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뭐 그래봤자,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만,
예를 들면, 비빔*에 오이와 같은 채소 넣어서 먹기(어떨 땐 소면을 삶아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시중에 파는 칼국수에 역시나 채소, 버섯 넣어서 먹기, 부추호박전(간혹 버섯전도 만들어요) 만들어 먹기 정도이지요. 그런데 가끔 '필'이 꽂힐 때면 갈치조림, 닭도리탕, 잡채, 오징어덮밥, 카레 등과 같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요리해서 먹기도 한답니다.

사실 토닥토닥은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취생활 어언 11년째로군요. 그러나 요리실력은 그닥 늘지 않았다는..... 워낙 게으른데다 귀찮은것도 싫어해서이겠지만, 혼자 살다 보니 무언가를 만들어서 먹는다는게 의외로 쉽지 않은 일이더라구요.

뭔가 '요리 다운 요리'를 위해 야채나 채소, 주 재료 등을 사다 놓으면(씻어서 소량으로 포장되어 파는 것들은 비싼거 같아 손이 잘 안가더라구요;) 결국 다 먹지 못해 상해서 버리기 일쑤이고, 제가 손이 큰 탓인지...; 음식도 늘 남겨서 버리게 되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반찬이나 음식이 생각나도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포기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10년의 세월에도 아직도 요리에 대한 내공이 쌓이지 못해 조미료의 힘을 아주 살짝! 빌리기도 하구요.^^a

이번 일요일에도 점심은 돌아왔습니다. 아침부터 집안 대 청소를 하느라 걸레질에, 가스렌지 기름 때 벗기기, 빨래 등 부산을 떨었더니 배가 너무 고픈거에요. 그래서 밥부터 얼른 앉혀 놓았지요. 여느 때 같으면 뭘해 먹을까 극심한 고민에 시달렸겠지만, 이번 일요일 메뉴는 일찍부터 낙점해 둔게 있었습니다. 바로 오징어 불고기! 토닥토닥은 사방이 육지로 둘러쌓인 충청북도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해산물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특히 요 오징어 녀석은 정말 좋아해서, 오징어로 만든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거든요.

지난 주중에 나눠묵자님께서 '약간 매운맛' 한 팩을 나눠주셔서, 오늘을 위해 냉동실에 넣어뒀었거든요. ㅋ 마침 남아있던 야채가 있어, 양파와 당근을 함께 넣어 볶아주었습니다. 매콤한 냄새에 군침이 절로.. 양이 많은거 같아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욕심을 내어 한 팩을 다 볶았습니다.ㅎ

방금 지은 뜨끈한 햅쌀밥에 오징어 불고기 한 점 올려 먹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거에요.^^ 천연양념이라 뭔가 부족한 맛이 날 수도 있다길래 맛있을까 걱정했지만, 조미료 맛에 익숙해있던 저에게도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조금 달달하다 싶었지만 끝 맛에 매운 맛이 돌면서 개운하게 잡아주더라구요. 무엇보다 감동한 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었어요. 주문진에서 잡은 오징어라 그런지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사실 저는 치아 건강이 좋지 않아 질기고 딱딱한 음식은 잘 못 먹거든요ㅡㅡ;;

오징어 불고기 한팩은 두 명이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고, 반찬으로는 네 명도 먹을 수 있을 만한 양이라는데, 밥 잘 먹고 욕심많은 토닥토닥은 반 이상을 먹고 말았습니다. 남은 불고기는 저녁에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구요.^^ 나중에는 '소면 삶아서 같이 먹을걸'하고 살짝 후회했다는...;

집 밥이 그리워도, 남을 재료 걱정으로 뭔가 만들어 먹기 어려운 자취생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메뉴인거 같아요. 아... 다음 번에는 다섯 팩 주문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선배와 나눠먹어야 겠습니다.

일요일 점심에는 주문진 오징어 불고기 '약간 매운 맛'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