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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어쩔 수 없이 현미채식

지난주 금요일, 친한 선후배 모임에서 '채식' 혹은 '현미채식'이 잠깐 대화소재로 올랐습니다.
<목숨걸고 편식하다>를 만든 MBC 정성후 피디의 프로그램도 대화소재로 올랐고요. 정성후 피디는 이제 완전히 채식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공부를 하면서 더더욱 채식에 대한 확신이 생긴 모양입니다. 달걀, 생선, 우유도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수준의 채식주의자가 된 거죠.

저 역시 채식에는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만, 시간도 노력도 그만큼 기울일 자신이 없는데다, 무엇보다 가끔씩 먹는 삼겹살과 소주, 훈제족발과 맥주의 그 맛이 너무나 좋아서 아직 감히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무릇 먹는 즐거움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마침 지난 주말 저녁 MBC에선 '현미채식하며 30일살아가기'를 방송해주었고요.(역시 정성후 피디 연출입니다)
만성 고혈압 환자 4명이 30일 동안 완전한 현미채식을 한 건데.... 결과는 눈에 띄게 고혈압이 좋아졌다, 뭐 이정도 내용이었어요. 오호라, 싶긴 하지만... 저는 고혈압도 아니라서, 그러려니 하고 말았는데 어제 하루종일 어쩔 수 없이 채식 그것도 현미채식을 하게 되었네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에 쌀이 똑 떨어졌어요.
비도 오고, 배는 고프고, 나가기는 싫고
집에 있는 재료로 밥 해먹으려고 보니
쌀은 없고 유기농현미만.. 한 봉지.
현미채식용 밥은 현미 뿐 아니라 현미찹쌀까지 넣으라고 하지만,
없는 걸 뭐 어째요.

압력밥솥이 없어서 좀 오래 불렸다가 냄비밥을 했는데... 현미로만 밥 해도 그리 나쁘진 않더군요.
물론 색깔은 확실히 별로지만.. 씹으니 처음엔 고소하고, 뒷맛은 상당히 달더라고요.
반찬으로는 두부부침(들기름에 두부 부쳐서 간장에 찍어 먹었어요)과 김치, 깻잎, 된장박이 고추 등을 곁들였는데...
흰 쌀밥이나 현미밥이나 배가 고파 그런지 별로 차이없더라고요.

<목숨 걸고 편식하라>에선 고기 한 점 먹으면 사흘치 채식이 날아간다(출연자의 말이긴 합니다)고 하지만... 그래도 고기에 흰 밥만 먹는 것보다는 현미밥에 고기가 나은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주말에 가끔, 현미로 밥 해먹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밥이 좀 거칠다보니 오래 씹게 되어 덜 먹는 장점이 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