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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루덴스

어어, 하다가 아무도 안 시켰는데, 불쑥 말꺼냈다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이로운몰의 토끼처녀가 무항생제 돼지고기에 발색제도 합성보존료도 조미료도 안 들어가있는 착한 햄의 샘플을 들고 왔는데, 내게 김밥용 햄이 배당된 것. 김밥용 햄은 반드시 김밥에 넣어서 그 맛을 봐야 한다는 나의 고지식함이 "이걸로 김밥 싸와서 시식할까?" 로 됐고, 두당 한 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별명처럼 고기님하를 너무도 사랑하는 조제호랑이육고기 님하께서 "김밥이라면 최소한 두당 세 줄은 되어야 먹었다 할 수 있지요." 해서 그 양이 막강 늘어버렸다. 주말에 쥐가 풀방구리 드나들듯, 김 사면 김발 안 사고, 단무지, 어묵 샀는데 오이는 안 산 식으로 몇 번이나 수퍼를 들락거리며, 겨우 김밥속을 마련했다. 이거이.. 더보기
토끼처녀 토끼자리(Lepus)는 천구의 적도 남쪽에 위치한 별자리이다. 오리온자리 바로 아래에 있다. 토끼자리도 있었네요! 이로운 몰의 토끼처녀입니다.. (아.. 혼나면 어떡하죠;) 더보기
승격! 모 전시회에 갔다가 전북에서 난 히노끼나무로 만든 목침이 있어 얼른 업어왔다. 평소 컴퓨터를 많이 쓰는 사람에겐 필수!라고 하기에. 그걸 산 게 지난주 금요일이었는데, 삽질에 일로매진하다보니 오늘에야, 그것도 멀리서 회식하는 자리까지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걸 본 이경이 묻는다. "뭐에요?" "목침." "이거 왜요?" "목 아픈 거 교정된대." "근데 이걸 누가 베는 거에요?" "내가." 그랬더니 이경 왈 "완전 할머니야, 할머니." OTL 엄마에서 할머니로 바로 승격! 더보기
모녀와 조손 사이 지난주 토요일 밤, 예쁜 후배와 사랑하는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내가 준비한 음식을 너무나 맛나게 먹고, 후배가 가져온 와인 한 병 후딱 다 해치우고, 집 근처 주류매점에 가서 두 병에 9900원짜리 와인도 다 해치운 후, 후배는 식곤증을 못 이겨 잠이 들었고, 친구와 나는 꿍쳐둔 베일리스까지 먹었다. 나름 보람찬 하루였다. 그 때만 해도. 지난 일요일, 엄마가 손님들은 잘 치렀는지 검사 전화를 하셨다. "응, 잘 치렀어. 후배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갔어." "그래? 누군데?" "응. **라는 앤데, 얼굴도 예쁜데, 다리도 엄청 길고, 날씬하기까지 한데, 마음도 진짜 착해. 근데 공부도 엄청 잘해." "아이고. 그러냐. 걔는 우찌 그리 빠지는 게 없나." "그러게 말이야. 걔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 더보기
까막눈 1. 비가 온다고 난리였다, 한동안. 추석 전에 온다, 추석 뒤에 온다 온다 엄청 소문만 무성하더라. 나도 비가 온다고 엄청 기대했다. 스읍 솨,의 비가 아닌가 말이다. 근데 막상 비를 엘리베이터 있는 복도에서 딱 마주쳤는데 비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서서 "비인가?"했다. 비 매니저 엄청 웃더라. 2. 누가 쓰윽 나가는데 키가 크고 수염이 무성하다. 분명 연예인인데 잘 생겼는데 누군지를 모르겠다. 할 수 없이 물어봤다. 스타뉴스 기자께. "저 사람 누구예요?" "주지훈이잖아요." "네?" 나 엄청 주지훈 괜찮아, 했는데 정작 봐도 알아보질 못한다. 스타뉴스와 사무실이 같은 층에 있다보니 평소에 보지 못하는 소위 스타들을 엄청 본다. 요즘 뜨는 연예인들도 많이 본다. 보면 뭐하나. .. 더보기
경남 창원 우포늪, 함 가보세요, 넘 좋아요 경남 창원의 람사르 총회에 갔다 왔어요. 회의장은 사실; 그리 재미가;; 기후변화 협약에 비해 회의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는 느낌 때문일까요.... 협상에 대한 내용들이 그닥 확 와닿지 않는다는 느낌?; 그 담날 창녕의 우포늪을 찾았습니다... 여긴, 좋더군요 @_@ 자전거로 우포늪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준 것도 좋았고, (물론 자전거 체인이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새들이 먹이 먹는 곳과 적당히 거리를 둔 곳에 산책로가 있어서 자연을 놀라게 하지 않은 것도 보기 좋았습니다. 요즘 람사르 때문에 하루 1만명씩 방문한다네요... 그래서 좀 시끄러운 거 때문에 새들이 좀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요 위의 , 자잘한 것들이 바로 '청둥오리'입니다. 새끼들인지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몸 길.. 더보기
데뷔는 어려워 이로운몰에 쓰일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콘셉트는 아이들이 입에 물고 빨아도 안전한 장난감. 요즘은 저작권이니 초상권이니 하는 개념이 강해져서 만만한 게 뭐라고, 만만한 조카들 무료 모델로 등장. (올케에게 부탁했다) 이럴려고 거금을 들여 장난감을 사준 거 아니겠음? 그런데 말이지, 요놈들이 장난감을 물고 빨고를 안한다는 말씀. 평소 지지, 에비, 이런 교육을 잘 받았거든. 그래서 특명을 내렸다. 물고 빠는 장면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그리하여 설정샷이 시작되었단다. 똥개야 그 장난감 입에 물고 먹어봐. 네? 아니 뽀뽀하지 말고 먹어보라니까. 네? 그건 맞는데... 사진기를 봐야지. 네? 이렇게 세 차례의 삽질을 거쳐 장난감을 물고 빠는 장면을 찍긴 했는데, 정작 사진을 요청한 콘텐츠 담당자 님은 다른 .. 더보기
트렌치코트의 비밀 가을이다. 가을이다. 출근시간이 빠듯함에도 불구하고 고탄력 스타킹에 억지로 다리를 끼워넣고, 니트 블라우스의 리본도 나름 예쁘게 매고 화룡점정으로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가을은 트렌치코트의 계절이니까. 지하철 안에서도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걸어오는 동안에도 나는 괜히 가을 여인이 된 듯, 우아하지만 경쾌하게 또각또각 걸었다. 이거 왜 이래, 나 가을 여자야. 라는 분위기 팍팍 풍기며. 차림이 그래서 그런가, 경쾌하고 우아한 내 발걸음 때문인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는 것 같다. 기분 나쁘지 않다. 청계천 다리를 건너는데, 왠 아주머니께서 내게 말을 건다. "저기요, 아가씨." 길을 물으시려나. 아침부터 도를 믿으십니까,는 아닐 테고. "네?" "저기, 바바리에 이름표 붙었어요." "네에~~.. 더보기
선물 눈뭉치 추석 때 이로운몰에선 아주 질 좋은 멸치와 사과를 팔았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나도 구입자가 되어 아주 질 좋은 멸치를 평소 존경하던 옛 직장 상사이자 어른께 보내드렸더니 다정한 편지와 함께 시디 몇 장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런데, 내 집엔 오디오가 없다. 컴퓨터에 스피커도 없다. 그러니 그 선물은 어이하나. 회사에서 들을 수도 있지만 일하면서 음악을 듣는 편이 아닌데다 귀에다 뭘 꽂고 있질 못한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는 아니고(거금을 그어대는 카드를 이용해) 오디오를 샀다. 이 오디오 열심히 굴리려면 시디를 또 부지런히 사서 들어야 한다. 같은 시디를 계속 듣는 건 재미없다. 그래서 음반 사이트에서 시디 몇장을 또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듣던 시디들도 다시 듣고 싶어졌다. 그런데 이사하면서.. 더보기
미련 1. 아침에 일어났더니 배가 아프다. 2. 배고파서 그런가 하고 절편 3개와 사과 주스를 먹었다. 3. 점심 시간이 가까워오자 속이 쓰리다. 4. 배가 고픈가 하고 11시 30분 되자마자 밥 먹으러 가서 김치볶음밥에 튀김까지 가득 먹었다. 5. 그렇게 먹고 나니 배가 아프다. 6. 참았다. 어쩔 수 있나. 살살 아픈 배는 어쩔 수 없어. 7. 그래도 배가 아프기에 계속 무언가를 마셨다. 8. 저녁이 되니 좀 나은 듯도 하다. 9. 저녁 약속 있어 저녁을 먹었다. 10. 과연, 또 배가 아프면서 명치도 아프고 등도 아프다. 11. 그제서야 체했구나, 싶다. 12. 돌아가는 길에 까스활명수에 약을 사먹었다. 13. 집에 오니 좀 낫다. 과연 한국인의 소화제! 14. 시간이 지나니 또 배가 고프다. 15.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