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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

유기농으로 싸우는 법

도시락에 무슨 짓을?

유기농 쌀과 장을 고집하는 ‘사랑의도시락’, 결식아동에게 사랑을 배달

김홍일 신부(50)가 만난 ‘사회적기업’의 현장 노동자들

 

 

 <사진1>김홍일 신부(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와 서원석 경영이사(사랑의도시락)가 친환경 도시락에 사용되는 유기농 쌀 재배 현장을 방문했다.>

 

멜라민 공포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빵에서부터 식품원료인 달걀 분말까지 멜라민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먹거리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먹거리 불안의 시대에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연계 유기농 농가까지 함께 육성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빈곤층에겐 일자리 제공을, 농가에겐 안정적인 공급처의 역할을, 빈곤층 자녀에겐 친환경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모두에게 이로운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있는 ‘사랑의도시락’이다.

 

‘사랑의도시락’은 친환경소재 농산물로 만든 도시락을 결식아동에게 공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진 2 점심시간을 앞두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사랑의도시락’의 노동자들>

 

‘사랑의도시락’은 주로 도시락을 제조하는 일을 하지만 수산물 임가공 부문, 된장 등 장류 제조도 하고 있다.

 

도시락에 사용되는 고추장, 된장, 간장은 순수 유기농 농산물로 만들어진다.

 

‘사랑의도시락’은 식품제조, 수산물 임가공, 친환경 소재로 만든 조미식품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친환경 식품간의 효율적인 수요공급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친환경 도시락은 모든 친환경 소재를 종합화한 완성품인 셈이다.

 

작은 도시락이지만 도시락이 연결하는 관계와 지역사회의 기여도는 도시락 크기 이상으로 큰 사회적 의미가 있다.

 

“사랑의 도시락은 단순한 도시락 사업단만은 아닙니다. 도시락 사업으로 시작하고 있지만 도시락 사업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 사실은 식품영역에서 지역의 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어요.

 

서원석 이사(40)는 도시락으로 맺는 유기농 농가-취약계층이 참여하는 도시락공장-급식 소비영역 등으로 구성되는 지역순환구조를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었다.

 

“친환경 도시락에 사용될 유기농 장을 만들기 위해서 유기농 콩 재배 농가를 육성하기 시작했어요. 올해 2 5백평 정도가 유기농 콩 농사를 짓습니다. 유기농 콩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유기농 쌀을 만들기 위해서도 3년이란 기간이 걸렸습니다. 도시락 제조는 이들 농가가 유기농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수요 측의 역할을 했구요.

 

재배농가가 마음만 먹는다고 하루 아침에 유기농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락 제조과정은 지역의 가난한 이웃과 고령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사랑의도시락’에는 총 30명이 참가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차상위 계층, 수급권자, 저소득층, 고령자, 장애인, 여성가장 등이 도시락을 만들어 결식아동에게 배달하는 부문,  친환경 장류를 만드는 부문, 황태 등을 손질하는 부문에서 일한다.

 

‘사랑의도시락’에서 만난 윤정옥(가명 59)씨는 20년간 쇼파 제조업을 했던 경영자 출신이다.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윤씨는 ‘사랑의도시락’의 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혼자서 쇼파 제조공장을  오래해서 그런지 내가 경영자 맘을 좀 알지.. 나도 수입제품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2년 전 일을 접었는데 혼자만 고민 많이 했어. 여기는 매출현황을 서로 다 알고 있어. 내가 사장을 해봤으니까 생산원가 빼고 인건비 빼고 하면 정말 빠듯하지. 경영자가 따로 남기는 것 없이 우리와 비슷한 임금을 받으니까 운영이 되는 것 같애.

 

윤씨가 경영진의 입장이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본인의 경험외에도 경영진 스스로가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매출액 등 주요 경영정보를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이 회사의 지배구조는 조합원 공동 소유경영의 원칙을 반영했다. ‘사랑의도시락’은 취약계층의 자활을 도모하는 자활공동체로부터 시작해 2007년 유한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지배구조를 반영해 각 사업부문 마다 운영위원회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운영위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은 경영진에게 생산공정별로 발생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경영진 역시 현장 노동자들에게 매출액 등 회사의 경영상태를 수시로 공유한다.

 

서원석 경영이사는 ‘사랑의도시락’이 여러 가지 점에서 출발점이 있다고 한다.

 

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 출발했어요. 아직 조합원은 3명 밖에 안돼요. 사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정책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목돈이 없습니다. 경력이 좀 되시는 분들은 목돈 마련이 되니까, 출자여력이 생기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아직은 참여가 어려운 상태죠.

 

이런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윤씨는 ‘사랑의도시락’에서 일하면서 향후 조합원으로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급식배달을 나가면 너무 안타까운 애들이 많아. 좀 더 보태 주고 싶은 마음도 생겨. 배달 나가면 가정환경이 뻔히 보이잖아. 지금 하는 일이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것이니까 너무 좋은 것 같애"

 

현장에서 만난 사랑의 도시락 노동자 윤정옥(59)씨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맘을 이해할 수 있다고. 윤씨 역시 쇼파 공장을 운영하면서 값싼 수입제품이 들어와서 경영이 어려워 여기 저기 빚을 졌었다고 말했다.

 

 

 

<사진3 ‘사랑의도시락’에서 일하고 있는 김신복(50)씨와 김홍일 신부(49)>

 

“지금은 어느 정도 빚을 갚았지만, 그래도 본의 아니게 남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게 사실 괴롭지.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수산물임가공 공정에서 일하는 김신복(50)씨는 무엇보다 8시간의 근무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었다.

 

“나이가 좀 있으니까 너무 오래는 일을 못하겠어. 이 공장에 있으면 나도 젊은 편인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많아. 일하면서 이것 저것 인생 상담도 하고 무엇보다 열심히 사시는 것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지.

 

김씨는 1월부터 ‘사랑의도시락’ 수산물임가공 공정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고용보험에서 일을 알선해준 것을 계기로 일하게 됐다. 사실 김씨는 건강이 좋지 않지만 이 곳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잘 지켜져서, 전에 다니던 군납 식품공장보다 일이 수월하다고 했다.

 

“음식물을 군납하는 회사에 다녔는데, 일이 너무 힘든 거야. 겨울에도 옷이 젖은 상태에서 일하고하니까 춥지 일은 힘들지....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일을 했지.

 

수산물임가공 공정도 결코 쉽다고 할 일은 아니다. 황태 머리와 내장 등의 부산물을 제거하는 일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근육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힘이 들었는데 요령이 생겨서 요즘 쉴 때면, 스트레칭으로 자주 몸을 풀어 주니까 근육통이 없어 지더라고.

 

서 이사는 하루 빨리 수산물 임가공 공정의 작업장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자금이 부족해 현재 서 이사는 백방으로 공장 부지와 자금을 찾아 나서고 있다.

 

공장부지 확보의 문제는 사회적기업에게는 공통의 어려움이다.

 

‘사랑의도시락’의 현실은 아주 작은 규모의 기업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 ‘사랑의도시락’이 꿈꾸는 미래는 원대하다.

 

수산물임가공을 통해 천연소재를 확보해 천연 육수를 만들고, 지역 특산물인 표고와 유기농 간장을 결합해 맛 간장을, 이 모든 천연재료를 통합한 도시락으로 더 많은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친환경 급식을 하다보면, 입맛의 빈부격차를 느끼게 되요. 중산층 이상의 애들은 생선, 친환경 조미료가 가미된 반찬에 잘 적응을 하는데, 오히려 저소득층 애들에겐 오히려 친환경 식단이 인기가 없어요."

 

서원석 이사에 따르면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인스턴트 음식에 친숙해져 친환경 음식, 수산물을 잘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안타깝죠. 가난한 집 애들도 좋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데그래서 저는 결식아동에게 친환경 급식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의도시락‘은 자신들이 만드는 도시락이 생명의 연결고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 연결고리는 유기농 쌀과 콩을 만드는 생산농가와 친환경 도시락으로 결식아동에게 배달돼 소비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소통의 단절과 고립은 허물어질 것이다.

 

 

<사진 4 도시락에 사용될 유기농쌀이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