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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이로우너 이야기

때때옷 하나로도 행복했던 한가위, 기억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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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시장의 한가위는 참 흥겹습니다.
대형마트가 멀어서 그럴까요?
선글라스에 보석반지 낀 할머니(?), 팔자 다리의 꼬부랑 할머니, 백바지 입고 속눈썹 붙인 아줌마, 엄마 손 붙잡고 온 꼬마, 엠피쓰리 귀에 꽂은 젊은 부부까지 다양한 계층,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심지어 서로 먼저 사려다가 싸움까지 벌인답니다.
맛있다고 유명해 방송에도 소개된 마포할머니집 동그랑땡을 사려면 줄을 서야 하거든요.
아까도 어떤 분이 새치기를 했던 모양인지 몇몇 사람들이 고성을 주고 받더군요.
이 와중에 몇몇 사람들은 할머니네 동그랑땡을 포기하고 옆집-청학동 집-으로 옮겨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저게 뭐라고" 투덜거리며 생선전, 호박전만 집으셨고요.

직딩인 저는 재래시장 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쇼핑도 인터넷쇼핑몰을 주로 이용하니까요.
일년에 두세번, 주로 명절 때만 가다 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시장사람들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총각 혼자 혹은 다른 총각과 장사하던 '총각네' 생선가게엔 화장을 곱게 한 아주머니가 올 가을 새롭게 등장했더군요.
정육점 아주머니는 지난 설보다 얼굴과 몸이 불으셔서 '고기를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시장 가는 길에 우아하게 자리 잡았던 와인집은 식당으로 바뀌었어요. 공덕동 시장길에 와인집을 연 '낭만적인' 주인장의 얼굴을 언제 한번 보고 싶었는데 결국은 못 보게 되었네요.

매년 그렇지만, 장 볼 목록을 아무리 잘 적어가도 집에 들어오면 빼놓은 것을 뭔가 하나 발견합니다.
오늘은 '쌈장'을 빼놨더군요.
동네슈퍼에서 쌈장 사들고 나오다가 '엄마 엄마'하는 아이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때때옷 차려 입은 꼬마가 골목 앞에서 빙글빙글 돌다간 고무공처럼 통통 뛰고 있었어요.
어찌나 신이 나 있던지, 작은 몸 전체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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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폰 야간촬영 모드의 한계...쩝)



저도 때때옷 하나로도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행복했던 언젠가가 있었는데....
명절마다 받는 게 아니었기에, 어쩌다 한 번 받으면 더욱 기뻤던 때때옷 새옷.
좋아서 팔짝거리는 아이를 보면서 아마 때때옷 새옷 입혀놓은 부모맘은 더더욱 기뻤겠지요?
돌이켜보면, 행복하게 사는 법은 아이 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욕망이 복잡해지면서, 생활이 고단해지면서, 잊었을 뿐..

내년엔 노모께 때때옷 새옷 한 벌 입혀드려야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