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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냉장고 잔반처리까지 별미비빔국수

겨울밤은 길고 잠은 안 와요.
겨울잠자는 곰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입이 궁금한 지 모르겠어요. 밥 먹고 돌아서면 뭔가 먹고 싶고, 간식 먹고 돌아서면 또 뭔가 먹고 싶어요.

냉장고를 뒤져도 먹을 게 없어요. 오늘따라 얼린 밥 한 덩이도 없고, 상자째로 사먹는 귤도 똑 떨어졌어요.
라면이라도 사러 나갈까 하다가,
아차! 그게 있었지.

물 담은 냄비를 불에 올리고 소금을 슬쩍 뿌려요.
물이 끓는 동안 냉장고를 뒤져 시큼시큼한 열무김치(열무만 먹고 죽정이만 남겨둔 것), 몇 안 남은 무말랭이무침에다 구워먹기에도 작다싶게 남은 햄을 적당히 썰고 참기름통깨를 듬뿍 뿌려두어요.

아, 물이 끓어요.
무얼 할 지 짐작하시나요?
그렇습니다. 쫄깃쫄깃 매끈한 비빔국수 먹으려고요.
물 속에 국수를 투하합니다.
혼자 먹기엔 좀 많다싶을 정도로 넣어요. 괜히 적게 넣었다가 모자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바글바글 끓던 물이 국수를 투하하자 살짝 가라앉네요.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봐야 해요. 잘못하면 물이 끓어 넘치거든요.
국수를 삶는 동안 찬물을 두 번 정도 부어주는 게 나름 쫄깃한 국수를 삶는 비결이랄까요.

비빔국수라면서 정작 양념장은 안 만든다고요?
저만의 비결이 있답니다. 좀만 기다려보세요.

아, 국수가 다 삶아졌어요.
빨리 건져서 찬물에 헹궈요. 누구는 빨래 헹구듯이 국수를 헹군다는데 전 귀찮아서.. 그저 체에 두고 찬물을 계속 흘려보내는 식으로  대충 한답니다. 그래도 맛있어요.

자, 이제 국수를 비벼야 해요.
아까 준비한 고명 겸 1차 양념을 국수에 투하해요.
물론 그걸로는 안 되죠.

송광매원 매실초고추장을 뿌려요. 얼마나 뿌릴 지 고민 안하셔도 되요. 국수에 적당히 색이 입힐 정도면 됩니다. 다른 양념 필요 없을 정도로 간이 딱 맞아요. 새콤매콤한 맛이 비빔국수 양념장으로 딱이거든요.
저는 좀 럭셔리하게 김도 부셔 넣었어요.(괜히 귀찮게 생김 굽지 마세요. 먹다 남은 조미김 적당히 넣으면 된다고요)
정식으로 양념장 만드려면 고추장에 간장에 식초에 식성에 따라 매실액이나 설탕까지.. 아주 복잡하죠. 그 맛을 맞추기도 어렵고요. 괜히 솜씨 탓 할 거 없잖아요.

그렇게 간단히 별미 비빔국수 완성.
냉장고에 뒹굴던 먹다 남은 잔반까지 깨끗이 비웠어요.
아, 알뜰하게 먹어서 더 좋아요.

내가 만든 국수는 왜 맛이 없을까 고민하세요? 양념이 비결입니다. 별 거 없다고요. ㅋ

긴긴 밤, 라면보단 국수가 살이 덜 찌고, 위에도 부담없으려니 위로하며 맛있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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