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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

딸이 만들어서 참 다정해요 - 넘기는 재미가 있어요

새해엔 엄마한테 가요. 엄마한테 드릴 다이어리를 한 권 샀어요. 정식 명칭은 레드다이어리예요. 중년 여성을 위한 다이어리라는 콘셉트가 독특해서 그런지 한겨레신문 기사로도 났더군요. (이 다이어리 파는 곳이 몇 안 된답니다. 공급사 자기와 이로운몰 뿐일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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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문한 다이어리를 받았어요. 엄마보다 먼저 다이어리를 펼쳐봤어요.
생각보다 참 다정하네요.

우선 가장 좋은 건 이틀에 일주일의 일정을 적을 수 있는 칸이 마련되어 있다는 거예요.
하루에 한 페이지씩이라면 엄마는 참 부담스러우실 거예요. 일하는 엄마라면 또 다르겠지만 살림하는 엄마, 이제 자식들도 다 자란 엄마의 일정은 그리 빡빡하진 않으니까요. 안 적고 넘어가는 날이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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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참 좋은 생각이다 싶은 페이지도 눈에 많이 띄었어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몇 가지 보여드릴께요.
우선은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증상과 부위를 적어두는 것. 그 나이의 엄마들은 조금씩 잔고장이 나서 아프기 마련인데, 건강을 잘 돌보지 않으시잖아요. 이렇게 적어두면, 일 년이 지나 딸이 점검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다거나 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당신도 건강에 대한 환기가 되어 조금씩 관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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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핫, 웃음이 나오는 페이지도 있어요. 징글징글한 인간들을 이니셜로 적어두는 코너. 주로 아빠 이름이 올라가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제 이름은 부디 오르지 말아야 할 텐데요. 이렇게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홧병 예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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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작은 바람을 담는 곳도 있네요. 혼자만 외출한다면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를 적는 페이지. 적고 있는 동안 엄마는 이미 혼자만의 외출과 여행을 떠나실 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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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꿈도 복잡해지죠. 가끔은 꿈 꾼 후에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마음에 걸리는 꿈이 있다면 적어두는 페이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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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인생 구비구비, 다시 만나고 싶은 분들도 있겠죠. 지금은 소식이 끊어진 소꿉친구일 수도 있고, 풋내 풀풀나는 첫사랑일 수도 있고, 언젠가 펜팔을 했던 군인 아저씨일 수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에 대해 기록하는 페이지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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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너무 너무 다정한 코너들이 많아요.
다이어리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일 것같아요.
그래서 다이어리이긴 하지만 '자서전'이라고 한 걸까요.

너무나 예쁜 빨간색의 다이어리를 가만히 만져봅니다. 엄마의 인생이 곱게 담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 년 뒤 엄마의 자서전을 함께 읽으며 엄마의 작은 소망을 들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