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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

남녀탐구생활 - 달력고르기 편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 남자 몰라요.
오늘의 남녀탐구생활은 달력고르기 편이예요.

먼저 여자 편이예요. 12월이 왔어요. 여자는 11월부터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오가며 다이어리, 수첩, 책상에 놓을 달력을 고르느라 바빠요. 남들 다 쓰는 건 안 되죠. 그렇다고 모양만 예쁘고 쓰기에 불편한 건 더욱 안 되요. 잘못하면 일 년을 고생하게 되니까요.
뭔가 전문직 여성의 냄새를 풍기면서 너무 유치하지 않으면서 생각도 있어보이면서 세련된 달력을 찾느라 고르고 또 골라요.
책상에 놓을 달력을 잘 고르면 1년이 편해요.
지난해엔 별 생각없이 **은행에서 주는 탁상달력을 썼는데 옆자리 쭉쭉빵빵 미모까지 짜증나는 강 대리가 엄청 있어보이는 달력을 쓰는 바람에 일 년 내내 꿀렸어요.
올해엔 절대 강 대리에게 질 수 없어요.

아, 드디어 찾았어요!
희망제작소에 나온 2010년 희망월령가.

성남훈, 이상엽, 김흥구, 노익상, 박하선, 석재현, 이승훈, 임종선, 조우혜, 최형락 등 한국의 쟁쟁한 사진가의 사진으로 꾸며졌대요. 물론 평소에 거명된 사진가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아요. 지금부터 완전 소중 사진가들이 될 테니까요.

달력의 수익금은 전액 희망제작소의 연구지원금으로 쓰인다는 것도 포인트예요. 달력 수익금이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좋잖아요. 희망제작소, 왠지 이름도 멋지지 않나요?

소개를 보니 "지역과 현장 중심의 연구를 통해 살아 있는 대안을 만듭니다. 농촌과 지방을 살기좋은 마을로 가꿔나갑니다. 소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지원, 육성하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정립합니다. 공공리더와 시니어(퇴직자)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시민의 번뜩이는 작은 아이디어를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1만명 시민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민참여형 연구소입니다."
라는 길고 어려운 말이 있는데... 어쨌거나 있어보여요.

손석희 교수와 동갑,이라서 충격을 주었지만 여전히 멋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상임이사로 있다니 일단 믿을만 하잖아요.

이거면 됐어요!
2010년 희망월령가.
탁상달력이라고 하지 않고 희망월령가라고 한 것도 '엣지'있고 '쉬크'해요.

2010년 희망월령가. 하나면 강 대리를 일 년 내내 이길 수 있겠어요.

혹시라도 이거 뭐야?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겠어요.
"내 책상 위에 작은 희망을 키우고 있지. 소비가 투표란 말 알지? 나는 이 달력으로 희망에 투표한 거야."
아흑. 생각만 해도 내가 근사해보여요.

달력 고르기 남자 편이예요.
남자는 달력 따위 고르지 않아요. 다만 의리와 사랑으로 선택하지요.
2010년도 열심히 활동할 희망제작소에 대한 의리로 2010년 희망월령가.를 여러 개 사서 지인들에게 돌리거나

내 여친(혹은 아내)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직장에 있는 동안) 마음만은 함께 하자는 의미로 달력 같은 걸 쓰자며 2010년 희망월령가.을 주면 그걸 쓸 뿐이예요.

이상 남녀탐구생활 - 달력고르기 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