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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

그런데요, 팽이가 뭐예요?

지난 토요일 오전, 단잠에 빠져 있는데 휴대폰이 웁니다.
눈도 채 못 뜨고 전화를 받았더니 쨍쨍한 목소리가 귀를 때리네요.
"고모, 선물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아저씨가 주셨어요.... 어쩌고 저쩌고..."
제가 보낸 선물이 일찍도 도착했네요.
"그래, 팽이 예쁘지? 마음에 들어?"
"3개나 있어요. 하나는 나 하고 하나는 동생 주고 하나는 누구해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남의 말 안 듣는 건 여전하지요.
"응, 동생이랑 너랑 사이좋게 놀면 되지. 팽이 예뻐? 마음에 들어?"
고모는 끈질기게 묻습니다.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가 고모한텐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이좋게 놀께요. 그런데요, 하나는 나 하고 하나는 동생 주고 또 하나는 나 하는 거지요?"
아니, 이놈이, 은근슬쩍 고모를 낚으려고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짝수로 맞춰 사줄 걸 그랬나요.
하지만 심지 굳은 고모는 절대 낚이지 않습니다.
"아냐, 아냐, 너랑 동생이랑 다 같이 하는 거야. 사이좋게 둘이 다 나눠 노는거야. 그런데 팽이 예뻐? 마음에 들어?"
"네에..."
고모가 낚이지 않아서 시무룩해졌네요. ㅎㅎ
"그런데, 고모....."
"왜?"
"팽이가 뭐예요?"
아이쿠, 이 녀석, 제가 보낸 선물이 팽이인 줄도 몰랐나봐요.
그렇군요. 어쩌면 이 녀석, 여태까지 한 번도 팽이를 못 봤을 수도 있겠어요.
저는 아니지만, 겨울이면 제 동생은 팽이를 참 많이 가지고 놀았거든요.
조카가 아직 어려서 그럴 수도 있고, 이미 너무 많은 장난감이 넘쳐나니까요.

놀이도 놀잇감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팽이나 연, 앉은뱅이 썰매는 제 조카도 알았으면 싶은 건 욕심일까요.

어쨌거나 엄마에게 사용법을 배워 두 형제가 신나게 놀고 있다는 소식, 일요일에 전해들었습니다.
친구들 불러 놓고 이게 팽이야. 팽이 알아? 하면서 엄청 잘난 척을 한다는군요. -_-;;

제가 보낸 팽이는 그루에서 새로 선보인 랙웨어 장난감입니다.
랙웨어란 인도 남서부의 카르나타카 지역의 전통 수공예품으로, 선반 세공을 거쳐 랙으로 마감되는 나무 제품이에요. (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에서 소개하는 랙웨어는 ‘마야오가닉’이라는 브랜드로 카르나타카 주의 작은 마을 찬나파트나의 장인들이 어떤 화학처리도 하지 않은 잘 건조된 나무만을 사용해 만든 귀중한 제품이랍니다.

랙웨어의 원재료는 주로 찬나파트나 지역에서 자라는 헤일나무래요. 헤일나무는 결이 곱고 견고해서 선반 세공과 랙 가공에 적합하다고 하네요. 랙웨어 장난감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서 장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마감이 부드럽고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도 안전해요.
 
천연염료로 색을 내고 랙이라는 천연 수지로 마감하는 친환경장난감이라 아직 어린 조카들에게 쥐어주어도 걱정이 없어요. 색깔도 너무 예뻐서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흐뭇.

그러고보니 인도에도 '팽이'라는 놀잇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신기하네요.

코끝이 쨍한 겨울입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팽이 돌려가며 노는 재미는 어떠세요?
방에서 돌려도 쌩쌩 잘 돌아간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전통 팽이와 세부적인 모양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하죠? 플랍팽이라고 한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특하게 생긴 이 팽이는 스트링팽이예요.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저도 참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