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신상

시간을 선물할 순 없지만...

제 친구는 왜 이렇게 시간이 없냐, 왜 이렇게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바쁘냐는 소리를 달고 삽니다.
그 애의 일상을 가만히 듣다보면 정말 시간이 없기도 하겠어요.
하루 24시간 중에서 아무리 못 자도 하루 8시간 이상은 자야 다음날 생활이 가능하고,
하루 세 끼 밥하고, 애 키우고 학교 보내고, 숙제 봐주고, 병원 데리고 가고, 축구 수업 데리고 가고
자신도 학교 다니고, 멘토링하러다니고, 미술을 배우러 다니고, 수영을 배우고, 상담수업도 해야 하고...    
듣다보면... 어머, 나는 저렇게 힘들게는 못 살 것 같아,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 친구에게 제일 주고 싶은 건 휴식과 여유입니다.
하루가 24시간 아니고 27시간쯤 되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3시간쯤은 오롯이 자신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싶거든요.

하지만 저는 시간의 마술사가 아니고,
황진이처럼 긴긴 동짓밤의 한허리를 베어내어 묶어둘 수도 없으니
그저 마음만 전합니다.

친구에게 필요한 시간을 줄 순 없어도 작은 위로는 줄 수 있겠지요.
그래서 고른 것이 달력입니다.
달력의 그림도 글도 친구에겐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듬뿍 담았고요.
무엇보다 고단한 하루하루지만, 달력을 볼 때마다,
아, 맞다, 누군가 나를 위해 여유를 주고 싶댔지 하는 것만으로 잠시 덜 고단하지 않을까요.

달력 맨 앞머리 메시지 카드에
짧은 편지를 씁니다.

이러고나니 벌써 한 해가 다 간 것같아서, 저는 좀 서글픕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고른 달력의 그림은 이렇습니다.
판화가 이철수 님의 작품이지요.
달마다 새로운 12장의 그림과 글,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2010년 한 해도 다 산 것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