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신상

여성노동자, 왕관을 쓰다?

여성노동자, 왕관을 쓰다?

사회적기업 다산환경, 사원과 경영진이 ‘한가족’…

‘왕언니’ ‘아버님’ 호칭에 경영성과도 투명공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재활용대안기업연합회 한마당’이 진행된 지난달 10일(금)의 충북농촌기술연구원 운동장.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왕관을 쓴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유가 뭘까?

“일하는 곳에서 내 나이가 제일 많거든. 나보고 ‘왕언니’라고 함께 일하는 동생들이 왕관을 씌워 줘서 이곳까지 쓰고 왔지.”

수줍은 소녀같은 미소로 대답한 사람은 바로 재활용품 전문기업인 다산환경의 ‘왕언니’ 장영숙 씨다.

장씨는 “2년 전에 입사했는데, 하루 8시간 노동에 주5일 근무를 한다”며 “다산환경에서 일하기 전에는 개인사업을 했다”고 한다. 나이가 많아서 사업을 그만뒀는데, 아직 일할 힘이 있으니까 집에만 있지는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노인층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지만, 50대~60대 고령자가 일하고 싶어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고령자의 노동시장에 나설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사회의 잠재성장률 유지에도 필수적이다.

나이 차별·임금 체불 없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마당에서 만난 60대의 장경웅 씨도 비닐공장에서 정년퇴직한 뒤에 더 일하고 싶어 다산환경에 입사했다.

“나이 먹은 나를 부르는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곳만 부르더라고. 나이 많은 날 차별하지 않고 말이야.”

장영숙 씨나 장경웅 씨는 지금 하는 공정이 많이 힘들지는 않다고 했다. 특히 장경웅 씨는 “전에 다니던 공장은 교대제여서 힘들었지만 다산환경은 8시간 근무여서 괜찮다”고 했다. “다른 곳은 체불이 많은데, 다산환경은 임금이 제때 나온다”라는 말도 나왔다.

한편 왕언니가 현장에서 느낀 사회적기업은 서로 위해주고 아껴주는 ‘가족’ 같은 것이다. “사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고, 경영진이 자기보다 우리를 더 위해주는 것 같다”고 한다. 같은 질문에 대한 장경웅 씨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돈은 예전만 못 받지만, 일이 재밌고 덜 힘들어. 회사 대표이사와 간부들이 너무 친절해. 먼저 다니던 곳은 개인회사니까 사장의 영리만 찾는데, 여기는 다르지.”

원료비·생산비 절감을 생활로 실천

다산환경에서는 직급에 기초한 호칭이 아닌 나이에 맞는 존칭을 부른단다. ‘아버님’ ‘어머님’이라는 소리가 스스럼없이 나온다는 것이다. 장경웅 씨는 “여기서는 본인의 능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회적기업은 수동적인 명령보다 스스로 일거리를 찾을 만큼 자율적인 곳이다.

“대표이사가 ‘이 달에는 경영성과가 얼마만큼 상승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얼마밖에는 못했다’고 말해. 정보가 공개되니까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돼.”

식당에 가서도 버려진 플라스틱이 있으면 주인의 양해 하에 가져온다고 한다. 원료비·생산비 절감을 생활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연합회의 마무리가 다가왔을 때 모든 참석자들이 음료수병 등을 치우기 시작했다. 한데 모은 쓰레기는 분리수거되어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트럭에 실렸다. 경영자들은 트럭에 실린 재활용품이 날리지 않도록 마지막 바를 졸라매고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구성원들은 대표이사와 종업원의 관계가 아닌 동료 간의 익숙한 호흡으로 밧줄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었다. <끝>

(다음 호에는 불황기를 넘는 선장, 사회적기업 경영진에 대한 인터뷰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11월19일(수)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사회적 투자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 개발과 사회양극화 완화를 목표로 합니다. 민간단체로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지원사업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기업 지원을 위한 조사연구사업 ▲사회자본 인프라 형성을 위한 휴먼뱅크 구축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연락처는 02-322-7020,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ksif.kr/ 입니다.


'일상다신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소리 장난감과 엄마의 미소  (10) 2008.12.08
우울을 이기는 두번째 방법  (2) 2008.11.24
이게 뭘까요?  (5) 2008.11.18
직업병  (8) 2008.11.15
미국의 대형 로펌,존중받는 이유?  (1) 200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