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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신상/요리조리 맛있는삶

그 식당에 가기 싫은 이유

세상 참 저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저도 어지간히 그런가봐요.
배우는 것은 기꺼이 내가 배울만해서 배우고 싶을 뿐 누가 나서서 가르치려 드는 건 참 싫어요.

오늘 시무식이란 걸 하고 이로우너들이 다 함께 밥을 먹으러갔는데 말이죠.
밥은 마음껏 드립니다. 하지만 남기면 벌금 5000원입니다, 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잔반은 아까우니까요.
그러려니 했는데
그 주인 아주머니 쥐어박듯 또 말씀하시더라고요.
전 그게 참 싫었어요. 그럼 5000원만 벌금으로 내면 마음껏 남겨도 되는 건가요?

꼭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이로우너들은 여간해서는(여간하게 맛없지 않고는..) 음식을 안 남긴다고요.
모든 걸 돈으로 치환하는 건 싫다고요!

그리고 또 한 곳, 제가 가기 싫어하는 식당이 있어요.
그곳도 소위 유명하면서도...사회적가치도 높은 곳인데 ... 역시 잔반을 남기면 아주 호통을 칩니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 제 친구는
"잔반 남기는 것 호통치지 말고 간을 짜지 않게 해야지. 밥 한 그릇 다 먹을 동안 반찬이 짜서 못 먹는 걸 어찌 하란 말이야!" 하고 짜증을 팍 내더군요.
욕심을 부려서가 아니라 제 입에 맞게 먹어도 조금씩 남는 것까지 굳이 입으로 다 쓸어넣으라면... 음식은 이미 음식이 아니고, 처치해야 할 쓰레기인 거죠.

그 식당에 저녁에 간 적 있어요.
점심보다 훨씬 더 비싸게 받지요.(점심은 형편닿는대로 내게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지레 겁먹고..
반찬 조금만 주세요. 다 못 먹을지도 몰라요.. 했더니
일하시는 분이 남겨도 됩니다, 라고 상냥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머, 반가워라 싶었는데...
한 편으로는 뭐야,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게 좋은 건 점심이나 저녁이나 마찬가지인데 돈 더 많이 받고 여유있는 저녁은 괜찮은 건가.. 살짝 비뚤어진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로운몰도 이로운블로그도 이러자, 저러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곳이어서
괜히 누구에겐가 '가르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지 새삼 걱정이 되네요.